기자수첩/ 아동학대 근절, 촘촘한 사회안전망 필요
기자수첩/ 아동학대 근절, 촘촘한 사회안전망 필요
  • 정칠석
  • 승인 2020.06.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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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
정칠석 기자

[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끔찍한 아동학대사망사건이 또 발생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남 창녕에서도 부모의 상습 학대로 화상을 입은 9세 소녀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전자는 의붓어머니가 7시간 넘도록 가방을 옮겨가며 가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가방 속 이 아이를 두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져 공분이 일고 있다.

후자는 피해 아동이 계부와 친엄마로부터 온갖 학대를 당하다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틈을 타서 4층 테라스 난간으로 옆집을 통해 탈출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8년부터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장기결석 여부 등을 종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추정 지자체로 통보하고 지자체 공무원은 아동가정을 직접 방문해 양육 환경을 확인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가정방문이 중단된 상태이고 등교도 늦춰지면서 교사도 이 소녀의 학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냄비 끓듯 반짝 관심과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학대로 인해 132명의 아동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가해자는 83.3%가 부모로 드러나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고 더 잔혹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행 가방에 갇혔다가 끝내 숨진 아이의 경우 경찰이 한 달 전 친부 동거녀의 아동학대 혐의점을 인지하고도 아이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방치했던 것이 결국은 이번 화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

아이가 숨지기 오래전부터 학대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 되었는데도 이를 감시했어야 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는 관련 특례법 등을 통해 특히 엄하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인 처벌만으로는 결코 근절될 수가 없다.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발견됐을 때 학교와 지자체,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지역 사회 전체가 이를 곧바로 제어할 수 있도록 좀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등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아동학대를 특정 가정 내 문제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 나가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