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비원은 머슴이 아닙니다
기자수첩/ 경비원은 머슴이 아닙니다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6.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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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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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시정일보] 지난 5월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공공 주택의 입주민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이 비인격적인 대우에 참지 못해 분신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두 사건은 우연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경비원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는 고용 불안정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파트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 아파트 경비 노동자 2명이 참석했다. 자신이 근무하면서 겪은 불합리한 일을 발표한 경비노동자는 “작년까지 출퇴근 시간에 입주민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손주뻘인 입주민에게도 거수경례를 해 난감했다. 휴게시간에도 택배를 찾으러 오는 입주민들로 인해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웠다”며, “입주민의 무리한 요구에 불응하면 관리사무소에서 바로 연락 와 ‘다음 계약할 때 두고 보자’라는 말은 듣게 된다”며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대부분 경비 노동자들은 정년퇴임 후 생활비를 위해 일하는 생활 노동자들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6개월, 3개월 심지어 1개월 단위로 계약이 맺어져 고용 불안정은 더욱 심해졌다.

불안한 고용환경이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경비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참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터와 삶터가 공존하는 아파트는 입주민에게는 휴식과 생활의 공간이지만, 경비원에게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며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삶의 터전이다. 경비원은 시간과 능력을 투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은 관리비로 경비원 임금을 주고 있다며 고용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만, 단일 고용인이 아닌 다중이 고용인 지위에 있다 보니 고용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은 다수인 반면, 고용인으로서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모호해진다. 이처럼 노사 관계가 불분명하다 보니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파트의 독특한 노사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지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북구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근로기준법>과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건의를 위해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안건을 제출했다. 관련 법안이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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