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힘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아야
시청앞/ 힘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아야
  • 정칠석
  • 승인 2020.07.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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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禁暴止亂(금포지란) 所以安民(소이안민) 搏擊豪强(박격호강) 毋憚貴近(무탄귀근) 亦民牧之攸勉也(역민목지유면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刑典六條(형전육조)에 나오는 말로써 ‘횡포를 막고 난동을 금지하는 것은 백성들을 편히 살게 하는 바탕이니 호강한 자들을 누르고 귀족의 측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또한 백성을 기르는 사람이 꾸준히 힘써야 할 바이다’라는 의미이다.

호강한 자들의 무리는 모두 일곱 부류가 있는데 貴戚(귀척), 權門(권문), 禁軍(금군), 內臣(내신), 土豪(토호), 奸吏(간리), 遊俠(유협)이 그것이다. 무릇 이 일곱부류의 족속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억눌러 백성들을 편하게 살게 해 줘야 한다. 후한 때에 동선이 낙양령이 됐는데 호양공주의 종놈이 사람을 죽이고 공주의 집으로 숨어버리자 동선은 공주가 외출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수레에서 종놈을 끌어내려 쳐 죽였다. 임금이 동선으로 하여금 공주에게 사죄토록 했으나 따르지 않자 강제로 그의 머리를 숙이려 함에도 끝내 듣지 않았다. 임금이 ‘강항령을 풀어 보내도록 하라’하고는 오히려 돈 30만전을 하사하니 이로 인해 토호들과 교활한 자들이 벌벌 떨며 동선을 누워있는 호랑이라고 불렀다.

작금에 들어 상습폭력에 시달리던 20대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 줘”라는 유언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생전 고인은 경찰은 물론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 대한철인3종협회, 경주시청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구제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고인의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스포츠인권센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제대로 진상 조사만 했더라도 고인이 세상을 등지는 이런 최악의 일은 없었을 런지 모른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도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특별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하며 여야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최숙현법’ 제정을 약속했다.

사건이 날 때마다 냄비 끓듯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대책이 작금의 사태를 만들지는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엔 말로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근절대책을 마련 지금까지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진상을 밝혀 가해자들을 엄벌하는 건 물론 은폐 시도가 있었다면 그 관련자들까지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