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헌정사상 최초 민선 3선 서울시장을 지낸 故 박원순 시장은 취임 첫날 새벽부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 새벽시장을 들러 출근했고, 역사상 가장 무더웠던 재작년 여름에 에어컨 없는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달살이를 자청했던 탈권위 행정가이자 불평등 해소에 앞장섰던 대표적 친서민 시장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11년 10월26일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에 입성한 박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일벌레’로 통했다.
그가 2011년부터 작년 3월까지 만들어 간직한 ‘3공 바인더’ 서류철은 수천개에 달할 정도다.
이 서류철은 서울시 각 분야의 정책 서류와 박 시장이 수시로 적어온 아이디어 메모를 모아놓은 것이다.
그는 시장 첫 번째 임기 초부터 시정 각 분야를 맹렬히 공부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깨알 지시’를 하는 꼼꼼함을 보여줬다..
2015년 메르스 땐 정부의 비밀주의에 맞서 “늑장 대응 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는 일성과 함께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고,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선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선도하며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민선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켜 왔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면서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대통령직)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룡주자 중 한명이었던 그의 정치 여정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