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정철학 유지, 자치와 분권 정신 계승”
“박원순 시정철학 유지, 자치와 분권 정신 계승”
  • 이승열
  • 승인 2020.07.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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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구청장協, ‘박원순 시장 궐위와 관련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입장문’ 발표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소속 구청장들이 1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시장의 궐위와 관련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록 노원구청장, 류경기 중랑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협의회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사회자석에 있어 사진에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 : 도봉구청 제공)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서울시 자치구청장들이 고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을 유지하면서 자치와 분권의 가치를 존중하던 고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동진 도봉구청장)는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박원순 시장의 궐위와 관련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입장문에 대해 이동진 회장은 “25명의 구청장 중 (미래통합당 소속의)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비롯한 23명의 구청장이 합동조문에 참여한 자리에서 논의한 것이며, 이후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구청장에게도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동진 회장이 낭독한 이번 입장문에서 구청장들은 “박 시장이 재임했던 9년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를 바꾼 기간으로 기록돼 마땅하다”며 “그가 이끈 서울의 지난 9년은 화석화된 행정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고자 했던 시간이었고, 지방자치가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했고, 시민이 단순한 참여를 뛰어넘어 협치의 주체로 역할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구청장들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대한민국 복지전달체계 혁신의 상징이 됐고, 사회적경제,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 마을활력소 등 지방자치의 본질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민들레 홀씨가 돼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전하나 줄이기’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도시 선언’과 ‘서울판 그린뉴딜 선언’에 이르기까지 인류 보편적 과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 정책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서울을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춘 도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청장들은 “박원순의 지난 9년은 갈등과 경쟁의 회색빛 도시 서울의 곳곳에서 연대와 협력, 그리고 신뢰라는 희망의 새싹이 자라나게 한 시간이었다”며 “그가 없는 지금 누군가는 그 소중한 희망의 새싹을 지켜내고 더 나아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청장들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과 가치는 유지·발전돼야 하며 이를 위해 최대한의 협력과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 △서울시 차원의 정책과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 △자치와 분권의 가치를 존중해 왔던 박원순 시장의 정신은 향후에도 지속돼야 하며,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 역시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할 것 △이를 위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시 집행부, 서울시의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 △코로나19가 아직도 우리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 등 5개 항을 다짐했다. 

이후 있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박 시장이 강남지역 공공기여금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구청장협의회 차원에서 규정 변경을 국토부에 건의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동진 회장은 “자치구 간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서울지역 내 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또, 고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입장문은 시장과 구청장으로서 관계 맺고 해왔던 일에 대한 평가,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 선택의 배경에 대해서는 협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