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질적인 체육계 폭력 이대론 안 된다
사설/ 고질적인 체육계 폭력 이대론 안 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07.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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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22살이란 꽃다운 나이에 장래가 촉망되는 체육 유망주가 선수단 내 만연한 폭력과 가혹 행위 등 고질적인 악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은 만약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고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 경주시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계 기관에 5차례에 걸쳐 진정을 하고 경찰에 고소를 하는 등 필사적인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나 그 어느 한 곳도 당시 사태의 심각성과 진정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데 대해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고 최 선수는 수시로 구타와 폭언 등에 시달렸으며 이와 관련한 공개된 녹취를 들어 보면 폭행의 현장은 참혹하기 짝이 없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 대한체육회, 철인3종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 등 관계기관은 선수가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간판스타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 때 체육계는 반성과 자정 선언, 재발 방지 대책 등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그것은 말뿐이었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행사와 가르침을 명분 삼은 폭력 행위나 선후배 간 강압적 위계질서 등은 그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다해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어떤 폭력도 용납돼선 안 된다.

엘리트체육의 병폐인 성적지상주의와 도제식 훈련, 선후배 간의 상하복명과 같은 관행에 따른 각종 인권 침해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국가대표 훈련 지침에 명시된 선수들의 복종의무를 무기로 일부 지도자들은 말도 안 되는 폭행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선수가 지도자로부터 체벌 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가해자와 관련자의 처벌은 물론 최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관련 기관의 묵인·방조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수단 내 폭력·가혹 행위를 한 지도자나 선수는 그 자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현업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체육계 폭력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 이번 최 선수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 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고질적인 스포츠계 암적 악습을 반드시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