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격과 안타까움 남긴 박원순 서울시장의 황망한 죽음
기자수첩/ 충격과 안타까움 남긴 박원순 서울시장의 황망한 죽음
  • 정칠석
  • 승인 2020.07.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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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 chsch7@daum.net

[시정일보] 열정적으로 수도 서울의 시정을 이끌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망하게 시민들 곁을 떠났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박 시장의 비보에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1000만 수도 서울의 시정을 책임진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이며 최초 3선 서울시장으로 여권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박 시장의 죽음은 배경과 그 이유를 불문하고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자와 점퍼 차림으로 배낭하나를 둘러메고 가회동 관사를 나섰다가 실종신고 7시간여 만에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 지점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고인의 공관 책상에서 발견된 자필 유서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을 모두 떨치고 홀연히 떠나려는 듯 “모두 안녕”이라며 이 세상 마지막 짧은 하직인사를 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실종 전날 서울경찰청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직 비서의 고소가 접수된 사안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국내 1호 성희롱 사건인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사건 무료 변론을 맡는 등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 시장이 이런 추문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인은 암혹한 유신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평생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으로 헌신해 온 유력 정치인이자 지방행정가로서 시민들과 늘 함께 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소액주주운동과 낙선운동시민연대 활동으로 시민운동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으며 1994년 참여연대 결성을 주도하면서 사회운동가로 변신,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창립해 활동했다.

그늘진 곳에 있는 어려운 주변을 외면하지 않는 타고난 성정은 오롯이 사회와 시민을 위한 삶만 살았던 고인의 소박함과 순수함, 인간적인 면이 서울시장 3선 연임으로 10년간 시정을 이끌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서울시장으로서도 한 치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박 시장은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청년수당,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 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전 하나 줄이기, 도시재생 등의 정책을 펴며 성공적으로 서울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황망하기 그지없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영면에 드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