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힘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아야
시청앞/ 힘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아야
  • 정칠석
  • 승인 2020.07.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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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禁暴止亂(금포지란) 所以安民(소이안민) 搏擊豪强(박격호강) 毋憚貴近(무탄귀근) 亦民牧之攸勉也(역민목지유면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刑典六條(형전육조)에 나오는 말로써 ‘횡포를 막고 난동을 금지하는 것은 백성들을 편히 살게 하는 바탕이니 호강한 자들을 누르고 귀족의 측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또한 백성을 기르는 사람이 꾸준히 힘써야 할 바이다’라는 의미이다.

호강한 자들의 무리는 모두 일곱 부류가 있는데 貴戚(귀척), 權門(권문), 禁軍(금군), 內臣(내신), 土豪(토호), 奸吏(간리), 遊俠(유협)이 그것이다. 무릇 이 일곱부류의 족속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억눌러 백성들을 편하게 살게 해 줘야 한다. 후한 때에 동선이 낙양령이 됐는데 호양공주의 종놈이 사람을 죽이고 공주의 집으로 숨어버리자 동선은 공주가 외출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수레에서 종놈을 끌어내려 쳐 죽였다. 임금이 동선으로 하여금 공주에게 사죄토록 했으나 따르지 않자 강제로 그의 머리를 숙이려 함에도 끝내 듣지 않았다. 임금이 ‘강항령을 풀어 보내도록 하라’하고는 오히려 돈 30만전을 하사하니 이로 인해 토호들과 교활한 자들이 벌벌 떨며 동선을 누워있는 호랑이라고 불렀다.

작금에 들어 제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지난달 24일 전·현직 국회의원 사망 시 현충원에 안장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이라는 이 법안은 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를 규정한 제5조에 ‘대한민국의 헌정 발전에 현저하게 공헌한 전·현직 국회의원 중 사망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추가하는 게 그 핵심이다. 현행 국립묘지법엔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군인, 무공훈장 수여자, 순직 소방공무원 등이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다. 무엇보다 이 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과도하다고 수년째 비판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특권을 내려놓기는 고사하고 죽어서까지 특권을 이어 가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회의원이 후안무치한 법안을 셀프 발의하는 게 현재 한국 입법부의 수준이라는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작금에 국민들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같은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 즉각 법 개정안을 철회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