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장 궐위와 구청장 및 서울시의 역할
사설/ 서울시장 궐위와 구청장 및 서울시의 역할
  • 시정일보
  • 승인 2020.07.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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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궐위의 시간이 열이틀이 지났다.

뜻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의 궐위는 천만 서울 시민은 물론 국민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이에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을 유지하고 자치와 분권 존중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동진 구청장협의회 회장(도봉구청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5명의 구청장 중 23명의 구청장이 박 시장의 합동조문에 참여한 자리에서 논의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이 낭독한 이번 입장문에서는 구청장들은 “박 시장이 재임했던 9년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를 바꾼 기간으로 기록돼 마땅하다”며 “그가 지난 2011년부터 서울시를 이끌어온 9년은 화석화된 행정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 넣고자 했던 시간이었다. 지방자치가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했다. 시민이 단순한 참여를 뛰어 넘어 협치의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돌아봤다.

구청장들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대한민국 복지전달체계 혁신의 상징이었다. 사회경제, 주민자치회, 마을 공동체, 마을 활력소 등 지방자치의 본질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민들레 홀씨가 돼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입장문을 발표하고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는 흔들리는 시민에게 중심이 되고 있다. 순간의 바람에 잠시 흔들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흔들림의 나무는 농장주가 기둥을 세우고 바람이 지나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다. 1천만 시민이 흔들릴 때 구청장협의회가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시정과 구정을 돌보는 것은 국민을 안심 시키고 혼돈을 잠재우는 지혜로운 정책이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서울시가 나아갈 정책과는 별개의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발 빠르게 이동진 회장을 중심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시정의 공백을 만들지 않는 것은 자치분권 정신의 방향이다.

박 시장의 궐위로 발생한 사회적 논란과 법적인 것들은 각각의 기관에서 진행하면 된다.

서울시 임직원도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하는 것이 허무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역사는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 길고 크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재직한 김창영 초대 시장을 시작으로 박원순 시장이 35~37대 시장을 지냈다.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학교 등록금 50% 삭감으로 반값등록금을 시행했고, 맥쿼리 코리아로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임결정권을 회수하기도 했다. 심야버스, 일명 올빼미버스를 운행하는가 하면 경전철 우이신설선을 개통하는 등 폭넓은 일을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설립하고 역대 최장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박 시장의 예기치 않는 궐위를 맞는 구청과 시청의 임직원이 평정심을 가지고 근무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공적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