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용산공원, 국가통일공원으로서의 정체성 확보
단체장칼럼/ 용산공원, 국가통일공원으로서의 정체성 확보
  • 성장현 용산구청장
  • 승인 2020.08.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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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시정일보] 용산구가 이태원 시대를 연 지 10년 세월이 흘렀다. 9층 구청장 집무실 유리창 너머 풍경들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감회가 새롭다. 지금 구청사가 들어서 있는 이 땅은 20년 전 아리랑택시 부지다. 미군이 군사목적으로 사용하겠다며 우리 정부로부터 이 부지를 제공받았지만, 실제로는 택시업체에 임대해주고 있었던 것. 원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만큼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 당시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국의 지방정부가 재산권을 확보하는 일, ‘절대로 불가능하다’며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용산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심을 담은 설득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렸다. 결국 이 안건이 SOFA 의제(제3140호)로 채택됐고, 지방정부가 미군을 상대로 협상을 통해 땅을 돌려받은 헌정 사상 최초의 사례가 됐다.

9층 집무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시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용산 미군기지다. 용산구청장이기 이전에 용산구민으로 40년을 살아오면서 용산공원이 조성될 이 땅, 미군부대를 수없이 지나쳐왔다. 감내해야 할 어려움도 많았다. 부대가 내려다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주변으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도 없었고, 지역 한가운데 부대가 있었던 탓에 둘러 다녀야 했다.

용산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 땅이 120여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 그것도 대한민국 영토로서 주권을 회복하는 동시에 민족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더해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이 들어선다. 그런 만큼 공원 조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속도보다는 방향, 그래서 늘 강조하는 말이다.

지역과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는 디테일에 강하다. 공원 조성에 있어 해당 자치구인 용산구 목소리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우리의 요구가 조금씩 받아들여져 용산공원 조성 추진 컨트롤 타워인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가 지난해 8월 국무총리 직속으로 격상됐다.

범정부기구에 우리 용산구의 자리를 요구함과 동시에 협의권 확보를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공원 조성 이후 구민들이 실질적으로 느끼게 될 교통문제는 물론 부대 내 환경오염에 대한 조사와 복원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용산구의 참여가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와 더불어 용산공원에 남북평화의 시대적 소망이 담기길 촉구한다. 분단국가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극복하고 단순한 생태공원을 넘어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국가통일공원으로 거듭날 당위성이 있다.

용산공원 내 잔류시설 이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간 잔류 예정이었던 한미연합사는 우리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 6월 평택으로의 이전이 결정됐다. 미대사관 직원 숙소 150세대도 용산구가 중재자로 나서 공원 밖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 협의를 이유로 여전히 공원 내 드래곤힐 호텔 잔류 문제가 남았다. 현재 드래곤힐 호텔(2.5만평), 헬기장(1.7만평), 방호부지(2000평) 등이 남고, 미대사관(2.6만평)이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다. 국가공원 안에 미군이 호텔을 운영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유경험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용산구청 부지를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경험이 있다. 물론 국가사업인 만큼 지방정부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지만, 용산구민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드래곤힐 호텔이 완전히 이전할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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