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어떤 명분으로도 도리에서 벗어나선 안 돼
시청앞/ 어떤 명분으로도 도리에서 벗어나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0.08.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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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詩云(시운), 其儀不 (기의불특)하매 正是四國(정시사국)이라 하니 其爲父子兄弟足法而后(기위부자형제족법이후)에 民法之也(민법지야)니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서‘시경의 시에서 읊기를 그 몸가짐 도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사방의 나라를 바로잡으리라 하였으니 행실과 덕망이 부모자식 형제지간에 본받을 만하게 된 이후에 백성들이 본받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시경 曹風(조풍) 시구편의 시다. 위정자가 만인이 본받을 만한 의표를 지니고 있으면 사방의 나라를 교화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내용을 읊은 시로 이를 가족의 경우에 연계시켜 가족 구성원부터 자신의 행실과 덕망을 본받을 수 있게 되어야 만인이 본받을 수 있게 됨을 강조했다. 그러기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자신의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의 말로도 일을 망치고 한 사람으로도 나라를 안정시킨다고 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자신의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는 것에 달려 있다며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는 것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작금에 들어 현직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현직 부장검사가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 과정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정당한 사법 절차를 통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현장이 마치 시정잡배들의 싸움판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된 것에 대해 과연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 감찰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잘잘못이 규명될 것이다. 검찰은 공정한 감찰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문제가 있다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양심을 지켜내는 인권옹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검찰의 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실과 정의를 구하지 않고 권력에 줄을 대고 자기 세를 키워 권력을 도모하는 작태는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

검찰 개혁과 검찰 수사 독립성 확보의 가치와 명분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국민의 분열과 갈등, 불안을 촉발한 데 대한 책임에서는 이번 사건 당사자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진정 국민과 자신이 속한 조직을 존중한다면 작금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시경의 시에 ‘몸가짐이 도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사방의 나라를 바로잡으리라’ 하였으니 ‘행실과 덕망이 부모자식 형제지간에 본받을 만하게 된 이후에 백성들이 본받게 되는 것’이란 옛 고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며 오늘의 사태에 대해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