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특별기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 김병욱
  • 승인 2020.08.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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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국어국문학과)
김병욱 명예교수

[시정일보] 우리의 한글은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엉뚱한 뜻이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표제와 같은 예문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해야지 띄어쓰기 잘못하면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런데 고시 합격하여 2년간의 사범연수원의 수료 끝에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판사에 임명된다는 대한민국의 판사 세명이 위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기가 차기도 하고 억장이 무너지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 후안무치에 분노마저 인다.

간단하게 예시문을 제시해보자, "새시대한국민노인회"가 "새시 대한 국 노인회"로 읽을 수 있어 "대한노인회"와 비슷하니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서울 서부 지방법원 민사합의부 세 판사가 2019년 12월16일 합의 판결한 요지다.

'대한노인회'의 독주가 빚어내고 있는 비리와 횡포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뜻있는 전국의 노인들이 발기하여 2018년 1월5일 사단법인 '민주평화노인회'를 행정안전부에 등록을 신청하여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3월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도 마쳤다. 이때부터 대한노인회는 갖은 방해 공작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민주평화노인회는 2019년 6월17일 임시총회에서 '새시대한국노인회'로 명칭을 변경하여 행안부에 등록하고 법원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대한노인회는 근 40여년 누렸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까봐 '명칭사용금지 청구의 소'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하여 제12 민사부에서 상기의 판결을 얻어냈다.

법이란 무엇인가, 쉽게 法자를 파자하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물이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자연스럽게 흐르기 마련이다. 가명 상식적인 우리사회에서 '새시대한국노인회'가 '대한노인회'와 비슷하다고 우긴다면 좀 모자란 사람처럼 취급당하기 마련일 것이다. 이런 것은 법정에서 다툴 여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당연히 기각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호통재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 민사부는 우리나라 재판사에 길이 남을 코미디 재판 기록을 남겼다.

나는 7년 동안 의예과긔 교양국어를 강의했었는데 의사로서 기본 소양의 중요성을 역설하곤 했다. 의사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다면 전문분야의 치료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의사는 단순히 병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 환자의 가족의 병력까지 알아야 훌륭한 의사가 되는 법이다. 교양을 갖추지 못한 의사는 단순한 기술자에 불과하다. 또한 법대 교양국어를 강의한 적도 있는데 문장력을 기를 것을 강조, 또 강조했었다. 그런데 문장력이 좋으면 무엇하나, 올바른 양심을 가져야지, 웃기는 판결을 한 판사들도 문장력은 좋을지 모른다. 다만 올바른 양심을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안톤 슈낙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처럼 이런 판결을 볼 때 우리는 슬퍼지는 것이다. 민간어법으로 "사서삼경 다 배우고도 쫄쫄이 문장에 당한다"는 말이 있다. 그대들은 새시대한국노인회를 물로 보았단 말인가. 이럴 때를 위하여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늙기도 서러워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라는 고시조가 위안이 된다. 그대들이여 새시대한국노인회원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이런 판결을 내렸는가. 그대들의 앞으로의 행로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요사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둘러싼 정의연 비리에 대해 말이 많은데 대한노인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 년에 1200억 원 이상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감사 한번 받아봤는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각종 태극기 데모에 얼마에 예산을 썼는지 철저하게 공개하라. 아울러 전경련을 비롯한 재벌들은 얼마나 지원을 했는지 철저히 감사하라.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정도를 벗어난 대한노인회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독재자 전두환 그 장인 이규동을 위한 특별법에 준하는 법으로 대한노인회는 온갖 부정과 불법을 일삼았다. 양심 있는 노인들은 다 안다. 대한노인회의 일탈을, 그리고 대한노인회 법은 분명히 위헌이다. 새시대한국노인회는 대한노인회 법을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재소해야 한다. 그리하여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초헌법적 기관인양 행세하고 있는 대한노인회가 없었다면 '억지 춘향 식'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말도 아닌 억지 논리로 새시대대한국노인회를 고소한 대한노인회는 전두환 독재시대의 유산이다. 40여 년간 누려온 독점적 지위는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흔히 말하기를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 그 잔재 청산기간이 5배의 기간이 걸리고 독재 통치를 받으면 그 시기의 4배가 걸린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일제 식민 추종 세력이 횡행하고 독재 잔재들이 억지 논리로 뻔뻔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해방이후 친일파에 대한 단죄와 그 청산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와해된 것과 박정희를 비롯한 친일적 군부 세력의 장기 집권이 우리의 민족정기를 흐려놓았다. 국사 국정교과서마저도 친일사학자들이 집필과 제작을 서두르다 미수에 그친 것만 보아도 친일세력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겉으로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지만 공공연히 친일 언사를 늘어놓는 각계의 지도자들도 같은 맥락이다.

철저한 과거 청산을 했더라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식의 판결문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판결을 내 놓고도 법관 복을 벗고 난 후 변호사로서 활약할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그대들이여, 썩은 말뚝과도 같은 대한노인회에서 기대어 무슨 상덕을 보려 하는가. 소가 웃을 판결을 해 놓고 그대들은 어떤 양심의 가책을 받았는가. 법은 상식을 뛰어넘지 않을 때 법이지 궤변은 결코 법이 되지 않는다. 제발 "새시대한국노인회"를 "새시 대한 국 노인회"로 읽을 수 있다고 강변하지 말라. 내 평생 글을 써왔지만 이번의 글처럼 곤혹스러운 글은 처음 써 본다. 그래도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옳단 말인가. 초등학교 앞에 가서 초등학생들에게 "새시대한국노인회"를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보라. 그대들이여,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본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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