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4대강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사설/ 지금은 4대강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08.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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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6월에 시작된 장마가 8월 초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다. “억수로 징하게 오늘도 내린다”는 농민의 한숨이 커져만 간다.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047가구 6976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411명은 주택 파손이나 침수 등 피해가 심해 친인척 집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머물고 있다. 전체 피해는 2만813건으로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이 1만2352건이다. 피해 농경면적은 2만6640ha에 달한다. 6개 철도 노선열차 운행이 부분 통제되고 있다.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등 22개 공원 614개 탐방로도 출입금지 상황이다.

수재민대피소는 코로나감염 우려가 있어 정치인들의 위문도 삼가 주기를 권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폭우 공포 속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이해 논박을 하고 있다. 일부 보수파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재평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9일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무소속 홍준표 의원, 통합당 하태경 의원 등도 거들었다. “4대강 사업에 섬진강이 포함되고, 지류와 지천 정비 사업이 계속됐다면 이번 재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해지역에서는 ‘살려 달라 소리치던 날’ 악몽이 떠올라 임시거처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울먹이고 있다. 집을 잃고 당분간 대피소에서 지내야 하는 이재민의 아픔을 같이 한다면 과연 이 시국이 4대강에 대한 평가를 논할 시간인지 의문이다.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확인됐다.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임은 물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 진영논리와 자당의 손익을 생각하며 상대 당에게 지적과 비판을 하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다. 그러나 국민의 현실을 살피면서 문제를 거론하거나 토론을 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주장에도 늘 순서가 있다. 4대강 보 건설이 홍수를 줄였다면 수치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4대강 보 건설이 홍수피해를 줄였다는 주장을 피해 당사자인 농민이 듣는 일은 전혀 가당치 않다. 지금은 수재민을 위한 대안과 대책, 수습만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민관군이 힘을 합하여 땀을 흘리며 현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농민은 물론 공무원과 봉사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장마와 폭우에 따른 전국적 피해원인 규명은 물론, 4대강 사업의 영향에 대한 조사, 평가도 지시했다.

국민은 여와 야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홍수피해를 가지고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아픔을 나누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