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굴종시키려는 인사는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어
권력에 굴종시키려는 인사는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20.08.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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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단행됐다. 이번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등 이른바 빅4로 불리는 핵심 요직을 특정 지역 출신이 모두 차지하고 대검찰청 차장을 비롯한 요직을 일명 친정권 성향을 보인 검사장들이 핵심 보직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무부가 단행한 이번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한마디로 검찰 지휘부를 정권이 완전 장악한 인사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요직을 채운 것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번 인사로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 중 현 총장 편에서 그를 옹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렇게 하고서도 "출신 지역 등을 반영한 균형 있는 인사"라고 자화자찬하는데 대해 우리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번 인사로 검찰총장은 사실상 식물 총장·허수아비 총장 신세로 전락,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면서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의혹 수사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과감히 칼을 대던 검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지방이나 일명 한직으로 내쳐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검사들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논란이 됐던 검·언 유착 의혹 수사가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 수사(?)의 책임을 져야 할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팀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도리어 힘을 실어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 현안 사건 처리를 위해 유임시켰다는 설명은 그야말로 옹색하기 그지없다. 법무장관 역시 무리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행태에 대해 책임을 져도 모자랄 판에 인사 전횡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가 검찰내부에 던진 메시지는 정권이 연루된 수사를 소신껏 하면 가차 없이 지방이나 한직으로 내쳐지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잘 따른다면 일명 노른자위로 발탁 출세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현 여당이 그토록 비판한 코드 인사와 현실이 무엇이 다른지도 깊이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권불 5년'이란 말이 있다.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한 나라는 절대로 망한다는 말이 세상에 그냥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의 권력층 비리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권력에 굴종시키려는 인사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위기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