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노인복지 70년의 변천사...97세 박재간, 마지막까지 빛난 열정
서평/ 한국노인복지 70년의 변천사...97세 박재간, 마지막까지 빛난 열정
  • 김태현 명예교수
  • 승인 2020.08.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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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

[시정일보] 본 저서는 몇 가지 경이감을 주는 책이다. 우선, 97세에 이렇게 방대한 저서를 마무리한 열정이 가득한 점이다. 둘째, 직접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손수 교정까지 보고 출판을 보시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얼마나 고집스럽게 노인복지 발전에 집념이 강하셨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노인복지 70년사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라 후대 노년관련학자와 노인시설 관계자들과의 세대 간의 대를 이어주는 독보적 업적을 내신 거목이시다. 이 책은 크게 3편과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제1편은 <건국 전기와 건국 초기의 노인정책>하에 4장으로 나누어 일본강점기부터 장면 정권까지의 노인정책과 박정희 정부의 사회복지 관련정책, 전두환 정부의 노인복지정책과 노태우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등을 정리 및 평가하였다.

제2편은 <민주화시대의 노인복지정책 발전과정>하에 5장으로 나누어 김영삼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김대중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노무현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이명박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박근혜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등을 정리 및 평가하였다.

제3편은 <노인복지의 분야별 발전과정>하에 8장으로 나누어 우리나라의 노인관련 학문의 발전 과정, 노인복지법의 제정 및 개정 과정, 노후소득보장정책의 변천과정, 노인 의료보장제도 의 발전 과정, 노인 장기요양보장제도의 발전 과정, 한국의 고령친화산업 발전 과정, 노인복지서비스관련정책과 그 개발 과정, 한국의 노인복지 70년의 회고와 전망 등을 꼼꼼히 정리하였다.

마지막 부록 편은 <노인복지정책에 기여한 민간단체의 활동>하에 2장으로 나누어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민간단체들, 대한노인회의 창설과 그 성장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이렇게 방대하고 소중한 책을 남기신 저자는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열정으로 후학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본인이 1979년 처음으로 저자를 뵈러 한국노인문제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소장이었던 저자가 사비를 털어 설립(1973년)ᆞ, 운영하는 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노인관련 책을 그렇게 많이 소장하고 계신 점에 놀랐다. 그리고 흩트림 없이 꼿꼿한 자세로 한 시간 내내 노인문제에 관한 소중한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노인 관련 학자들에게 큰 학문적 도움을 주신 유익한 삶의 자세를 한결같이 후배들에게 보여주셨다. 저자는 1942년부터 2년간 동경 와세다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48년에 서울대 경영학부를 졸업하셨으니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노인 문제 관심과 연구가 척박했던 시기부터 노인복지에 천착하리라 각오하시고 평생 경제적으로 청빈한 생활을 하셨다. 본인이 마지막으로 뵌 것은 2019년 9월 한국노년학회 고문단 회의에 원고가 가득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참석하셨는데, 회의 마친 후 용산 역에서 전주 가는 기차를 타시느라 헤어지면서 뵌 것이었다.

그때 그 모습에서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소설의 주인공 알란이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라고 말했듯이 늘 담대한 생각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2020년 8월 1일 작고하신 노인복지역사에 큰 획을 남기신 저자의 추도식에 참석한 분들은 아마 이제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글만 쓰시지 마시고 평안한 휴식을 취하시기를 기원 드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