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세상이 개판이다
시정칼럼/ 세상이 개판이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8.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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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참으로 암담하다. 코로나와 홍수의 터널, 그리고 폭염 가운데에서 또 다시 코로나19의 재확산 때문에 마음이 심히 우울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등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감염병 취약계층인 고령자(노인)들이 유독 공포에 떨며 불안해한다.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코로나 블루와 같은 정신적 피해도 생겨났다. 이러한 우울세로 인해 노인복지기관이나 경로당에도 다니지 못하는 노인들은 가정 내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노인학대나 폭력사태, 이혼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건강하지 않은 신체는 우울증 위험이 높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이 신체건강을 망친다.

요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고립된 집콕(방콕)생활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유대가 단절되어 고령자들의 우울증의 심각성은 생각보다 크다. 노인의 인지기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다른 질환의 위험인자로 꼽히기도 하는 치매가 대표적이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50-91%가 향후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감염시대에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가급적 집에 머무르라고 하지만, 아파트나 임시 거주지를 정할 때는 애완견과 함께 있을 것을 권장한다. 노인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면 우울증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애완동물과의 관계를 단지 친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유지 또한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 심장병의 발생위험을 낮추는가 하면 고령자의 고독을 막아주기도 한다.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애완견)와 관련된 얘기는 예부터 수없이 많다. 우스갯소리로 사람이 개와 경주를 해서 이기게 되면 '개보다 더한 사람', 지게 되면 '개보다도 못한 사람'이라 했다. 또한 애써 비기면 '개 같은 사람'으로 불리곤 했다. 이러나저러나 사람과 개를 견주어 보면 답이 없단 말이 뇌리를 스친다.

요즘 밥술이나 깨 먹는 중산층 가정의 개들은 먹이에서부터 의상과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호화판이라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애완동물에 대해 55%는 '자식처럼 여긴다.', 28%는 '친구 또는 애인처럼 여긴다.'는 인식조사를 보아서도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요새 호사를 누리고 있는 반려견을 빗대어 유행하는 배꼽 잡게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주인 잘 때 안자고 도둑 지키는 게 개이지만, ‘주인과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 밥 챙겨주는 주인을 비서로 둔 개’에 관한 얘기뿐 만 아니라, ‘고급사료 먹은 뒤 후식으로 우유와 간식을 안주면 단식 농성한다.’는 얘기, ‘대우 나쁘면 모르는 사람이 와도 짖지 않고 주인 보면 짖는 개’ 얘기도 있다.

한 노인의 사례이다. 아들 내외는 결혼한 지 8년이 지나도록 손주도 낳지 않는다, 개새끼를 제 새끼 돌보듯이 온갖 정성을 들인다. 매일 목욕시키고 식사는 노화방지에 면역력 향상을 위해 아침에는 유기농으로, 저녁에는 럭셔리 닭고기를 먹인다. 개 돌봄 서비스가 만점이다. 나는 개 팔자만도 못하다.

아파트 현관 앞에 개를 태우고 다니는 유견차를 보면서 노인은 다시는 아들 집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것은 여러 해 전이다. 해질녘 공원의 넓은 잔디밭은 개들의 운동장으로 변한다. 개들은 뛰어놀고, 젊은 여인들은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면서 자기 집 개를 자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이 든 어미, 아비를 개만도 못하게 대하고. “시방은 부모는 개만도 못하대유. 부모는 식구 중에 순번이 맨 꼴찌라고 하잖유.” 농촌에서 보신용으로 기르던 개들이 서울에서는 상전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며,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노인들은 개팔자가 상팔자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강아지 울음소리는 자주 들려도 도무지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어찌하여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나라가 되었을까?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자녀 사랑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들이 현대 젊은이들에게는 벅차게 느껴지는 걸까?

웃을 수만은 없는 ‘3포’, ‘5포’라는 말들을 최근에 듣고 있다. ‘3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고, ‘5포’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자신의 꿈이나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까지 모두 포기하고 혼자가 되어 혼자 편한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면 미래를 이끌 사람이 없게 된다. 우리나라도 점점 ‘아기가 울지 않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출생아 수가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많이 들려야 미래가 있고 더불어 국가도 희망이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고령노인, 독거노인, 가족 돌봄 약화, 그리고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 악화로 인해 사회적인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애완견 돌봄 서비스 대비 절반의 노인 돌봄 서비스만이라도 실천되었으면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