洞정부가 실현한 ‘약수동 마을마당 엘리베이터’
洞정부가 실현한 ‘약수동 마을마당 엘리베이터’
  • 이승열
  • 승인 2020.08.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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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할머니 제안, 중구 동정부 주민제안사업 거쳐 서울시 공모사업 선정
중구, 2021년도 동 주민참여예산 편성 위한 주민제안사업 9월18일까지 접수
약수동 마을마당 엘리베이터 예상도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내년 하반기에는 중구 약수역에서 금호터널 방면 동호로 왼쪽 옹벽에, 약수동 마을마당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구(구청장 서양호)가 한 주민의 ‘약수동 마을마당 엘리베이터’ 설치 제안이 구의 동(洞)정부 사업을 거쳐 서울시 주민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사연을 31일 소개했다. 

공모사업의 최초 제안자는 75세의 유씨 할머니다.

유 할머니의 집은 지대가 높기로 유명한 약수동 마을마당 인근에 있다. 지하철과 근처 상가를 이용하기 위해 할머니가 주로 이용하는 길은 젊은 사람도 버거운 가파른 계단이다. 할머니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두세 차례씩 쉬어가며 난간 손잡이에 의지해야 했다. 

할머니 집이 있는 구릉지 인접 세대수는 약 750세대에 달한다. 88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1550여명이나 된다. 유 할머니처럼 계단 이용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이 많다는 의미다.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은 동주민센터를 찾은 유 할머니가 약수동장에게 털어놓은 근황 얘기에서 출발했다. 할머니는 “계단으로 다니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며, “거기 에스컬레이터가 놓이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2020년 동정부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위한 주민제안사업을 접수하던 무렵이었고, 이야기를 귀담아 듣던 약수동장이 할머니에게 사업으로 제안할 것을 권했다. 

이어 주민센터 직원들이 할머니의 제안을 접수하고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치 지역을 찾아 골목회의를 서너차례 진행했다. 실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대부분이 이동편의 시설을 원하고 있었다. 약수동은 관련부서 검토와 주민총회를 거쳐 2020년도 동예산에 엘리베이터 설치 타당성조사 용역비 2500만원을 편성했다. 유 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예산에 반영된 것이다. 

타당성 조사가 진행된 올해 2월쯤, 서울시에서 ‘구릉지 이동편의 개선사업’을 주민공모에 부쳤다. 동은 타당성 조사를 기반으로 유 할머니와 함께 해당 공모에 접수했고, 지난 4월 최종 선정돼 사업비를 획득했다. 사업시기까지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유 할머니는 “돈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고, 될지도 몰랐다. 계단이 힘드니 에스컬레이터 같은 게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동네 사람들이랑 얘기한 것을 주민센터에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만들어진다니 신기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도 2021년도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위한 주민제안사업 접수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발전을 위해 예산에 반영을 원하는 사업이 있다면, 해당 동 거주민은 물론, 직장인, 학생 등 누구나 자유롭게 9월18일까지 제안할 수 있다. 관할 동주민센터로 직접 하거나 서식에 맞게 작성해 사진 촬영한 후 #1110-3396으로 전송하면 된다. 서식은 각 동주민센터에 구비돼 있으며, 중구청 누리집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서양호 구청장은 “우리 동네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제안하는 것이 주민 참여이자 주민 자치의 시작”이라며 “내년도 동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위해 주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