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은 국민만을 바라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에 임해야
사설/ 검찰은 국민만을 바라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에 임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0.09.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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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법무부가 최근 검찰 중간간부인 차장·부장검사 630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한 마디로 말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의 권력 예속을 심화시키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는 최악의 인사라 평가되고 있다.

현 법무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8개월 재임기간 중 검사장급 이상 두 차례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빈번하게 검찰 간부를 교체한 것은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비롯 조국 전 장관 일가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일명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은 대부분 좌천됐다. 그 대신 그 자리는 대부분이 친정부 성향이나 법무장관의 손발로 일한 검사들이 보직됐다. 결국 이번 인사로 검찰이 수사하던 현 정권 관련 비리 사건들은 법무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이 모두 지휘하게 되는 셈이 됐다.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검찰 수사 개입을 지양해 온 현 정부가 인사를 통한 검사 줄 세우기의 형태를 보인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검·언 유착 수사과정에서 한모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이다 현재 서울고검의 감찰을 받으며 피의자로 전환된 정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승진시켰다. 통상적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을 승진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에 반해 정모 부장검사를 감찰했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일명 좌천성 인사를 당해 사표를 제출했다. 또한 법무부 장관을 대변한 구모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측근인 김모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성희롱 피해자를 조롱하고 김정숙 여사의 사진을 올려 찬양한 진모 검사를 법무부장관 아들 탈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으로 보낸 것은 아무리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인사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청와대 선거개입의혹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미복귀 사건 등 권력실세 연루의혹사건을 수사하던 부장검사들을 대부분 전보조치된 것은 향후 관련수사가 위축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했던 검사들은 대부분 한직이나 지방으로 발령났다. 이는 정권 편에 서면 분명한 보상이 따르고 정권 비리를 수사하면 반드시 쫓겨난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검찰은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만을 바라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에 임해 정권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