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힘 못받는 ‘공무원 봉급 갹출론’
기자수첩/ 힘 못받는 ‘공무원 봉급 갹출론’
  • 문명혜
  • 승인 2020.09.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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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시대전환 비례대표 조정훈 국회의원의 2차 재난기본소득 해법이 관가를 격동케 하고 있다.

지난 두어달 동안 서민경제와 동네상권을 지탱해 준 재난기본소득 재원 일부를 4개월치 공무원 봉급 20%로 충당하겠다는 조 의원의 해법이 공무원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조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코로나 정국 장기화로 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공무원들은 한푼의 피해도 없이 급여를 받아가고 있으니 고통을 십시일반 나누고 공직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공무원 봉급 20% 갹출론’에 대한 공무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 의원이 입을 연지 3일 후인 지난달 24일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신용수)의 반응이 나왔다.

공무원들 입장에선 재난기본소득은 당연히 정부가 세금으로 마련해야 되는데 공무원들의 지갑을 털겠다니 조의원에 대해 욕설에 가까운 비난 성명을 내놓은 것이다.

서공노는 공무원들이 방역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느라 숨이 턱에 차오른지 오래고, 연가보상비도 재난지원금으로 보탰는데 위로는 못할망정 월급을 깎겠다는 말에 사기가 꺾이고 울화가 치민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공노는 조 의원을 가리켜 ‘정치모리배’로 명명하고 국익과 통합에는 관심없이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저속한 정치인이라는 주석까지 달았다.

성명서는 조 의원의 주장이 공론화되면 전국 110만 공무원들과 연대해 극렬한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하는 한편, 국회 입성을 허락한 여당에게 조 의원을 혼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공무원들은 올해가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을 정도로 역대급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연초부터 세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코로나19를 막아내느라 진이 빠졌는데 곧이어 최장기 장마가 전국을 휩쓸었고, 잠시의 틈도 없이 코로나19 재유행이 다그쳐왔으니 최전선에서 이를 막아야하는 공무원들은 일생에 다시 없을 상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국회발 재난기본소득 공무원 봉급 갹출론이 나왔으니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져 보기 드물게 공무원 조직이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우려했던 봉급갹출론 공론화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상을 줘야 할 정도로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훤히 보여 명분이 약한 마당에 110만명의 거대한 조직과 불구대천의 척을 지고 싶은 우매한 단체가 없을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