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가 한국을 자동차생산 4위로 바꾼 의미
사설/ 코로나19가 한국을 자동차생산 4위로 바꾼 의미
  • 시정일보
  • 승인 2020.09.10 11:45
  • 댓글 0

[시정일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세계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100대 기업의 생산과 매출이 20% 감소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162만7643대를 생산하며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중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해당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은 2001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1위는 1008만7798대를 생산한 중국이었고, 다음으로 2위 미국(348만823대), 3위 일본(309만7292대) 순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5위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2010년대 중반 신흥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하면서, 2016년에는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줬고 2018년에는 멕시코에 6위까지 내주며 7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 노조의 드센 투쟁으로 생산 차질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회를 가져왔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원만하게 대응했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그에 비하면 방역에 허점을 보이며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가져왔다. 이 같은 상황이 자동차 생산국 순위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 2000년 초반 이후 견고하게 유지되던 중국, 미국, 일본, 독일의 4강 체제가 무너졌다. 이에 한국이 4위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올해 2분기 코로나19의 피해가 극심했던 유럽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독일이 5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한국이 꿰찼다.

그 외 생산국 순위를 보면 멕시코 6위(124만6576), 인도 7위(117만1341), 스페인 8위(93만981), 브라질 9위(72만9263), 태국 10위(60만6132) 등이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

한국이 톱4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방역과 부품 공급망 점검, 노동조합의 투쟁태도 등이 관건이다.

코로나19 감염자로 인한 생산라인 중단 가능성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엄격한 방역은 공장 가동의 필수 조건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직원들의 식사 시간을 분산하고 외부인 공장 출입 통제와 마스크 직접 생산·보급 등을 실시하며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자동차업계의 하계투쟁도 잠재적인 리스크 중의 하나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위한 노조의 파업은 한국 업계의 고질적인 가동률 하락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코로나19의 위협은 간단하지 않다. 전혀 다른 경영논리가 따라야 한다. 관행으로 일삼던 하투(夏鬪)와 같은 것들도 떨쳐내야 한다. 지난해 소폭 회복됐던 국내 부품업계의 실적이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진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국내의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중단과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