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지도자는 수시처중(隋時處中) 할 줄 알아야
시청앞/ 지도자는 수시처중(隋時處中) 할 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20.09.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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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요 小人之反中庸也(소인지반중용야)는 小人而無忌憚也(소인이무기탄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써 ‘군자가 몸소 중용을 실행한다는 것은 군자로서 늘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는 것이며 소인이 중용을 어긴다는 것은 소인으로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군자가 몸소 실행하는 중용은 時中(시중)이라고 했다. 주희는 시중을 隋時處中(수시처중) 즉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로 풀이했다. 여기서 중은 지당한 것 즉 지극히 타당한 것 또는 至善(지선)의 것 즉 지극히 최선의 것을 말한다. 이는 또한 대학의 止於至善(지어지선)에서의 지선과 연관돼 있다. 양자는 모두 만사만물의 이치에서 타당함의 극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중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선의 가장 타당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용은 權(권)과 變(변)을 중시한다. 權(권)은 常(상)의 상대요 變(변)은 通(통)의 상대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당면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바로 중이 근본임을 알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군자는 모든 것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바탕위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에 치우친 것이며 욕망이 지나친 것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을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이렇듯 공정을 많이 거론한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며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 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법무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 어쩜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는 속담처럼 정작 측근들은 공정을 의심받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옳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공허하게 들리며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강조하며 공정을 앞세운 정권에서 불공정이 판을 치는 이 기막힌 사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세간의 화제부터 원리원칙대로 처리해 구체적인 결단과 행동으로 말로만이 아닌 공정과 정의를 곧추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