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천절 도심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사설/ 개천절 도심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 시정일보
  • 승인 2020.09.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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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우리나라 일부 단체가 다음달 3일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걱정한 지방 전세버스 업계에서 ‘서울행 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민주노총 전세버스연대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조합을 시작으로 22일 현재 1600개 업체, 약 4만2000대가 개천절 집회 운행 거부를 선언했다. 전국 16개 시군조합 전세버스 업계의 80% 이상이다. 이런 운송거부 행렬은 ‘용기 있는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전세버스 업계는 코로나19로 단체여행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전세버스 업계에서는 매출이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3일 개천절 서울 시내 집회 신고 건수는 22일 현재 총 798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10인 이상 규모로 신고되거나 금지구역 집회를 신고한 87건에 대해 금지 통고했다. 그럼에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관련이 있는 8·15 집회 참가자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집회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이다. 수많은 전쟁의 참화에서도 단결을 보였다. IMF 때는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협조해 금을 모으고 서로서로 위로했다. 당시 세계의 언론들은 한국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에 깊은 감동의 기사를 올렸다. 지금의 코로나19는 6.25전쟁의 참화와 같은 시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만의 시련이 아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의 시련이다. 이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전세버스업계가 경영난 속에서도 서울집회운송을 거부한 것은 쉽지 않는 결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인간 존재의 강한 지혜를 보이는 것이다. ‘정치적 자유’라 운운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기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식은 극소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 될 때 힘을 발휘하게 된다.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는 3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재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은 슬기로운 시민의식으로만이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모두에게 무척 고통스러운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인간은 강한 존재다. 강하다는 것은 끊임없이 부끄러워하는 양심과 양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지금의 세계는 절대적으로 강하고 지혜로운 인간의 존재가 필요하다. 사적인 감정을 통해 전체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인간의 강한 존재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 사적인 감정들을 인내하고 보건기구가 발표하는 방역수칙을 따르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