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크게 후퇴한 자치경찰제 추진 방안
기자수첩/ 크게 후퇴한 자치경찰제 추진 방안
  • 이승열
  • 승인 2020.09.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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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sijung1988@naver.com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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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기존 정부안(20대 국회 홍익표 의원 발의)에서 대폭 수정된 새로운 자치경찰제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지난 7월30일 당정청이 자치경찰제 시행안이 포함된 경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이어 김영배 국회의원이 경찰법·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구체화됐다. (관련기사 1면)

주요 내용을 보면, 경찰의 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눠, 관할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노인, 지역행사 경비 등의 업무는 자치경찰이 수행하고, 그 외 정보·보안·외사 등은 국가경찰이 수행한다. 각각의 통제기구로는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둔다. 또,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수사업무를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조직에 있어서는 자치경찰을 별도로 두지 않고,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조직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수사경찰이 함께 근무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안은 기존 정부안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자치경찰을 국가경찰로부터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이었다. 시·도에는 지방경찰청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 시·군·구에는 경찰서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도 국가경찰 11만명 중 4만3000명을 이관해 충원하기로 했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부는 어려운 국가재정을 감안해 조직 신설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안에서 후퇴했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22일 평가의견서를 내고, △민주적 통제의 강화 △경찰권한 분산 △경찰권한 축소라는 경찰개혁 3대 방향에서 모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한 지붕 안에 두고 지휘·감독 권한만을 구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수사권이 없는) 제주자치경찰의 한계를 극복하자고 했더니 이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 이번 안”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볼멘 소리도 나온다.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 이원화 자치경찰 모델이 대한민국에 가장 적합한 제도로, 이 제도를 실시한 제주도가 치안이 좋아졌다고 칭송해 놓고서, 갑자기 일원화 제도를 급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치안에 대한 깊은 논의 없이 졸속으로 만든 안”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자치경찰제 도입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의 분산·축소와 △자치분권 강화라는 크게 두 가지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여당은 전자에만 매달려 후자의 취지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찰 개혁의 결과로 주민이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누리는 일이다. 이것을 지향하지 않는 경찰 개혁은 결국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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