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한글을 갈고 닦아야 한다
사설/ 우리 한글을 갈고 닦아야 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10.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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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10월9일이면 한글 반포 574돌을 맞는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 거행한 날은 한글 반포 480주년인 1926년 11월4일이다. 지금의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와 신민사의 공동주최로 식도원이라는 음식점에서 열렸고 수백명이 참가했다. 당시로는 매우 성대하게 열렸다.

11월4일에 열린 것은 조선왕조실록에 훈민정음 관련 내용이 9월 말일에 실렸기 때문이다. 이때는 한글이라는 명칭도 없었다. 기념일은 ‘가갸날’이라는 생소한 명칭을 사용했다. 한글날이라는 명칭은 1928년에 지었다.

1940년에는 역사적인 일이 생겼다. 훈민정음의 원본인 해례본이 발견된 것이다. 한글날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토론도 있었다. 여러 사연을 거쳐서 1945년 광복을 맞은 이후에는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해 오늘에 이른다.

한글날은 우리나라 역사처럼 사연도 많았다. 1981년 정부에서 주관하기 시작하면서 한글날을 좀 더 확실히 챙기나 싶었다. 1990년 한글날을 법정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꿨다.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라는 이유였다. 1991년에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재지정하라는 국민의 큰 여론으로 시위까지 일어났다.

이후 한글학회 등 국민의 노력에 2005년 12월8일 국회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확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다가 2012년 가을에 다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후 2013년부터 정식 공휴일이 됐다.

역사는 늘 시대의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당시는 경제 활성화와 함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현재의 주5일 근무가 시행되며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반대의 기류도 컸다. 이 같은 상황은 한글을 폄하하거나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경제적인 측면이 우선됐던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연을 거쳐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는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시대적인 상황은 국가를 넘는 세계화다. 외국어의 사용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넘어 한글을 발전시켜야 한다. 제주도 방언까지도 우리 언어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말에는 마수걸이, 총채, 서산대, 에누리, 벼룻돌, 부싯돌 같은 순수 한 말들이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외래어의 사용과 함께 잊히는 현실이다. 물론 한국방송에서 우리말을 가꾸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매년 한글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를 초청, 성대하게 개최하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2000여개로 집계된다. 그렇지만 20~30년 후에는 불과 10여개가 남을 것으로 언어학자들은 분석한다. 그 중에서 한글은 많은 나라로부터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자료가 나오고 있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다. 컴퓨터의 구조와 잘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좋은 한글도 갈고 닦아야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