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고차 업계 후진적 구조, 대기업 진출 기회 만들었다
사설/ 중고차 업계 후진적 구조, 대기업 진출 기회 만들었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10.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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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룹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 중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에서 중고차 판매업이 제외될 경우 이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진입이 제한돼온 중고차 판매업에 현대지동차가 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연간 224만대(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다. 신차 시장(178만대)의 1.3배에 달하는 데다, 중고차 대당 평균 매매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매출액 총합인 16조7578억원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문제는 중고차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던 5만명 이상의 영세업자들이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여론은 기존 중고차 업계의 편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자동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 혼탁, 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4%)가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상태불신‘을 꼽았다. 허위, 미끼 매물을 꼽은 응답자도 25.3%에 달했다.

중고차시장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23.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번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이슈와 관련해서도 여론은 ‘허용’ 쪽으로 기운다. 현대차에 대해 우호적이라기보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 대한 불신을 대변하는 반응이다. 관련 기사 댓글마다 허위매물이나 강매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중고차 업계를 비난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의 불신은 중고차 업계 스스로 초래했다. 중고차업계는 6년간 정부보호를 받으면서 시장 개선의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전혀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소비자의 여론은 불신의 도를 넘었다. 자정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소비자는 대기업이 들어와 선진적 구조를 갖추어주길 희망한다. 그동안 상생이란 이름으로 정부의 보호그늘에서 누릴 것을 누렸다는 결론이다.

 죽어가는 중고차 시장을 살리는 길은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상생이란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활성화의 길이 열린다. 하나의 사례로 이마트가 아니었으면 전통시장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상인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뢰속의 경쟁은 유통을 넘어 중고자동차에도 해당된다는 상식을 말한다.

중고차 시장이 그동안 자정의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라고 혹독한 지적을 하는 여론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