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탁금지법과 공직자의 덕목
기고/ 청탁금지법과 공직자의 덕목
  • 최중걸 주무관 (서울지방보훈청)
  • 승인 2020.10.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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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걸 주무관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최중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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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김영란법으로 많이 알려진 청탁금지법, 더 정확하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제정 목적을 담고 있는 제1조의 조문이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은 크게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입법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 포함되었지만 이 법의 주요 적용 대상은 공직자이다. 즉 부패에 노출되기 쉬운 공직자가 공직생활에 있어서 청탁 및 금품을 받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공직사회에 청렴의 가치를 더 굳건하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청탁금지법인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분경금지법, 상피제와 같은 청렴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백리이다. 청백리(淸白吏)는 해석하면 맑고 흰 관리를 의미한다. 즉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근검 등의 덕목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관료상을 갖춘 인물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이었다.

조선조에는 총 217명의 청백리가 선발되었는데 여말선초의 인물 허조 또한 그 중 하나였다. 주례에 정통하여 조선 초기 예학의 융성에 공헌하며 좌의정의 반열에 이르렀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청렴, 공평무사와 같은 덕목을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 그는 살인사건과 같은 중대사건을 보고할 때는 주변의 그 어떤 정치적인 청탁과 뇌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 나아가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칙주의를 고수하여 청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가 정쟁으로 인해 귀양을 갈 때 많은 백성들이 슬퍼했다는 일화는 그가 관료로서 보여준 능력과 아울러 청렴과 공정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해외에도 청렴과 공정함에 관해서 본받을만한 인물이 많은데, 특히 필리핀의 3대 대통령인 라몬 막사이사이는 청렴으로 유명하다. 그는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비리도 일절 봐주지 않는 청렴한 인물이었고 또한 부인이 영부인이 된 뒤에 필리핀 내의 지주, 대기업 총수, 유력 정치인을 대통령 관저에 초청했는데, 막사이사이는 이들을 모조리 내쫓은 일도 있었다. 막사이사이는 재임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는데, 만일 막사이사이가 살아서 계속 청렴한 행정을 펼쳤다부패인식지수 113위, 공공청렴지수 53위인 필리핀의 현주소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평이 있다. 이러한 필리핀의 사례는 공직자의 청렴함이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탁금지법 실시 이후 청렴도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일례로 청렴의 대표적 지표인 공공청렴지수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9위(Index of Public Integrity 홈페이지에는 20위)를, 부패인식지수에서는 세계 39위를 기록했다. 결코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세계 11위인(2019년 명목 GNI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에 비추어볼 때 아쉬운 수치임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청렴과 부패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의 또다른 명재상이자 청백리인 이원익은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을 향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志行上方, 分福下比]‘고 했다. 비록 오래된 말이지만 공직자가 관직에 머무르며 견지해야 할 청렴의 자세를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가 이 말을 갈고 닦아 청렴이 공직자의 제1 덕목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서도 손꼽히는 ’청렴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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