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정감사장의 전직 구청장
기자수첩/ 국정감사장의 전직 구청장
  • 문명혜
  • 승인 2020.10.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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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myong5114@sijung.co.kr
문명혜 기자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지난 15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는 서울시 자치구에서 위민행정을 펼쳤던 직전 구청장들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다.

성북구청장 두 번을 지낸 김영배 의원(더민주당ㆍ서울 성북구갑)과 강동구청장 세 번을 지낸 이해식 의원(더민주당ㆍ서울 강동구을)이 주인공으로,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된 후 처음으로 국정감사위원 일원으로 친정과도 같은 서울시 청사를 찾은 것이다.

두 의원에게 서울시가 친정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건 구청장 시절 보편적 복지, 사회적경제, 자치분권 등 현재 서울시에서 펼치고 있는 시정의 큰 줄기를 행정 최일선에서 실행했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장 풍경은 예년과는 판이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감사위원들의 책상 사이에는 비말방지 투명유리 가림막이 설치됐고, 서울시 전 간부가 배석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서정협 시장권한대행, 김학진 행정2부시장, 김우영 정무부시장, 조인동 기획조정실장 등 최고위 간부들만 배석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모습은 시장의 부재였다. 피감사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시장의 유고 탓인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장의 열기와 논쟁은 잦아들었다.

김영배 의원은 만감이 교차한다는 소회와 함께, 서울시ㆍ자치구 공무원은 천만시민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되므로 필요한 게 있으면 함께 고민해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내년도 서울시 예산 상황을 묻고 서정협 권한대행이 일반회계가 5조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그렇게 되면 소상공인들과 형편이 어려운 시민들이 무너진다며 의회에 예산을 넘기기 전에 도울 수 있는게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이해식 의원도 시장 궐위상황에서 고생이 많다고 서울시 간부들에게 덕담을 건네고는 주요 사업예산 삭감 예상을 확인한 후 서울시의회, 구청장협의회와 잘 의논해서 헤쳐 나가라는 조언을 남겼다.

두 의원은 똑같이 서울시의 사업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걱정과 해법을 내놓았는데 이는 친정과도 같은 서울시가 겪고 있는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두 의원의 구청장 재임시절 복지예산 비중을 높이느라 구 곳간이 바닥을 칠 때 수천억원의 교부금을 자치구에 보낸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연민과 보은이 담긴 것으로 기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