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도둑놈, 사기꾼, 바람둥이만 설쳐대는 요지경
서평/ 도둑놈, 사기꾼, 바람둥이만 설쳐대는 요지경
  • 이윤수
  • 승인 2020.11.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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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견 첫 소설집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 출간
'문단의 김어준' 별칭, 요지경 세상 통쾌한 풍자
신지견

[시정일보] 그동안 장편소설만을 출간해 온 신지견 작가가 단편 및 중편소설을 한데 묶은 첫 소설집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서산대사의 일대기를 다룬 대하장편 <서산> 10권을 펴냈던 작가는 저력 있는 필치로 ‘문단의 김어준’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이 시대의 세태를 신랄하고 통쾌한 풍자로 그려 내고 있다.

역사는 가장행렬이지 철학이 아니란 말이 있다.우리 현대사는 일제식민지의 잔재와 군사문화가 보릿대춤으로 서구 글로벌화의 허풍에 들떠 우리만의 실속 성장이 부실하게 되었다. 그래서 21세기에 들어와 정치와 사회가 불균형으로 일그러져 희화화(戱畵化)됐다.

신지견의 소설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는 이런 현실을 껄껄 웃음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도둑놈과 사기꾼과 바람둥이만 설쳐 대는 요지경으로 묘사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씨는 말한다. ‘따분한 우리 소설계에서 골계미 넘실대는 변화무쌍한 곡예의 묘기로 한판 신명난 잔치처럼 통쾌무비하다’고, ‘온통 돈을 위해 존재하는 황금충으로 득실대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에게 공맹孔孟이나 예수의 가르침도 맥을 못 추는 우리 사회의 작태를 아예 발가벗겨 대낮에 발광하는 모습을 터놓고 그대로 보여 준다’고. 그래서 신지견은 ‘맹랑한 허풍쟁이, 입심 좋은 각설이, 소설계의 김어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지견의 소설 속에는 무언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도 집힌다. 역사는 엄밀한 사실에 의해 이끌어야 할 가치 있는 행위로 이끌어야 할 언론이 되레 어깃장을 놓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는 자유인의 의지로 바로잡혀지기가 쉽지 않으며 요행을 바라기도 어렵다. 역사에서 변혁은 뜻하지 않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의 암울한 현실은 신지견의 소설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