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월급 갖고 형이 생색을 내
기자수첩/ 내 월급 갖고 형이 생색을 내
  • 이승열
  • 승인 2020.11.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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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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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토지, 단독주택,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5~15년에 걸쳐 현실화해 모두 90% 수준으로 맞추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3년간 과세표준별로 0.05%p씩 감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관련해서는 야당과 보수언론에서 ‘증세 방안’, ‘세금폭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시세와 괴리가 큰 공시가격으로 조세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너무 길고 점진적인 계획을 내놓았다고 비판한다.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빠르게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을 지나치게 우려해 공시가격 현실화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모순’된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맥락에서의 비판도 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조세수입 감소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겪게 되는 지자체와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감면 대상인 재산세가 재정이 매우 어려운 기초지방정부의 세목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비판은 타당하다. 내 월급을 가지고 내 형이 생색내는 격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면서 국세인 양도세가 아닌, 지방세인 취득세를 인하한 바 있다.

당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황명선 논산시장)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재산세 감면에 따른 재정보전 대책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재산세는 전국 기초지방정부의 근간이 되는 조세수입이며, 재산세 감면 대상인 6억 이하 주택은 전국적으로 89.4%,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추정되는 기초지방정부의 재산세 손실액만 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자치구의 경우 재산세가 자체세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피해규모가 더 크고, 지방정부간 재정격차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재산세 감면은 지방재정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임에도 소통·협력 없이 추진되고 있고, 이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실현하고 있는 자치분권의 가치와도 상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협의회는 △재산세 감면에 따른 세수감소분의 재원보전 대책과 △중앙정부와 기초지방정부가 소통·협력할 수 있는 협의구조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가 중산층 및 서민의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재산세가 아닌 소득세 감면을 들고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불평등보다 자산불평등이 더 심각한 대한민국의 실정상 자산과세를 강화하고 소득과세를 완화하는 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재산세는 지방세, 소득세는 국세임을 고려할 때 더더욱 타당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