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게 뭘까
기자수첩/ 좋은 게 뭘까
  • 정수희
  • 승인 2020.12.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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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sijung1988@naver.com
정수희 기자
정수희 기자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기자가 함께한 어느 자리에서, 남성 A가 맞은편의 남성 B에게 명함을 청하며 말했다.

“내가 좋은 거 보내드릴게. 전에 내가 C한테는 보내드렸잖아.”

그렇다. 여기서 말한 ‘좋은 거’는 여러분 추측대로 그것.

여전히 ‘야동’이라 통칭되는 불법촬영 음란 영상물의 공유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더 가관이 펼쳐졌다.

늘그막의 D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비아그라로 추정되는 약봉지를 흔들며 “이거 하나면 한 달 내내 행복해”라고 자랑삼아 말했다.

그는 또, 본인 자식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던 결혼과 출산을 기자에게 줄곧 강요하며, 심지어는 “여자가 출산을 해야 국력 신장에 이바지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거부감을 연거푸 표했음에도 말이다.

보다 못한 D와 비슷한 연배의 F가 D를 나무라며 제지했지만, 도를 넘는 D의 언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 바뀌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무지하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까.

행정안전부의 ‘최근 5년 지방공무원 성 비위 관련 징계 현황’에 의하면,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과 연루돼 징계 처분을 받은 지방공무원이 2015년 52명에서 2019년 12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5년 총 461명의 지방공무원이 성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절반 이상 견책이나 감봉에 해당하는 경징계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의식한 듯, 행안부는 인사혁신처와 함께 지난달 말 공무원의 성 비위 관련 내용 등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국회통과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성 비위 징계 시효가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는 한편, 소청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최근 기자가 출입하는 구의회에선, 성희롱을 비롯한 4대 폭력(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포함)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조직 내 성 평등 의식과 폭력 예방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는데, 실효성을 떠나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

구청장도 나서, 지역의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에게 건전한 성 인식 및 올바른 성 건강 정보를 전파하기 위해 민·관·학 협력의 토크콘서트를 열고 호응을 이끌어냈다.

성범죄 흉악범 조두순 출소를 앞둔 시점에 드는 불안감도 크지만, 먼저 주위의 ‘성인지 감수성’ 즉, 성 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에 대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