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시민중심 사계공원’으로 재탄생
광화문광장, ‘시민중심 사계공원’으로 재탄생
  • 문명혜
  • 승인 2020.12.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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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① 새로운 광화문광장
올 10월말 완공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올 10월말 완공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저물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 접어들자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의료체계는 통제불능에 빠져들었다.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은 선방했다. 수년 전에 겪었던 메르스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시스템을 정비해 ‘K-방역’을 만들어냈고,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은 적어도 서방세계에서는 ‘국제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승기를 잡은 듯 보였던 코로나와의 싸움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3차 대유행으로 번진 채로 신축년이 도래했다.

신축년 새해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새해 아침에 본지는 흐트러짐 없이 예년처럼 지방자치의 중요한 이슈를 독자들과 함께 숙고하고자 한다.

올해엔 두 개의 큰 주제를 선택했다. 하나는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새로운 광화문광장’이고 또 하나는 모든 지방정부의 비원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주-

 

삼봉 정도전이 기획한 역성혁명이 성공해 문을 연 조선왕조는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하는데 이때 창건된 법궁인 경복궁 주변은 600년 넘는 유구한 시간 동안 한반도 중심의 지위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

북악산 기슭에 펼쳐진 경복궁과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종로는 민족의 수호신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충무공과 우리 글을 만든 반만년 역사 최고의 문화군주의 동상이 모셔진 곳으로 2009년 이후부터는 ‘광화문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광화문광장, 국가 중심공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위상을 ‘국가 중심공간’으로 정리했다.

천 년 국가경영 철학이 담긴 곳. 3ㆍ1운동과 4ㆍ19혁명, 6ㆍ10 민주항쟁 등 역사의 변혁을 이끌어 낸 정점의 장소이자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의 정치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큰 무대로까지 의미가 확장됐으니 서울시의 정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광장의 현재 모습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체험할 수 있고 자율적인 시민참여와 다양한 문화공연이 일상화된 대표적인 시민중심 공간이라는 게 서울시의 평가다.

 

시민이 즐기는 공원형 광장으로

 

광화문광장이 위에 설명한 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인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걸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역사공간 부족, 차도 한가운데 고립돼 있어 편의시설 설치도 어렵고 소음과 매연이 가득한 공간이 국가대표 광장의 지위를 갖고 있는 현실을 간파하고, 시민의 집단지성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2016년 ‘광화문포럼’을 구성했고, 2년 후인 2018년에는 ‘광화문 시민위원회’ 활동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9년부터 시민 소통의 가속페달을 밟아 2020년 2월 사업 추진 가닥을 잡고, 그간 수집한 시민의견을 기반으로 행정안전부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사전 심의 절차를 거쳐 그 해 9월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변모시키는 내용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사업을 발표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세종문화회관쪽 서측도로를 없애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광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주한 미국대사관쪽 동측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6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게 주요 골격이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양쪽으로 나뉜 11~12차선 도로중 4개 차선 정도를 줄여 한쪽으로 집중시키고 사라진 도로는 광장에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광장에 편입되는 광장 서측엔 시민들의 뜻을 담아 ‘일상에서 즐기는 공원같은 광장’으로 꾸미는 것이 광장 재구조화 핵심사업 중 하나다.

세종로 주차장 앞에 4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꽃과 나무, 잔디를 심고,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이용해 야외무대 공간을 설치하는,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사계정원’으로 조성하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키 큰 37종의 나무 317그루와 키 작은 나무 30종 6700그루를 심고 33종의 꽃과 2700평방미터의 잔디를 심어 숲과 그늘, 꽃향기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워진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교통대책 세우고 올 10월 완공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았는데 단계별 공사 시행이 유력한 방법으로 채택됐다.

가장 우려되는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미대사관쪽 동측도로 확장공사가 먼저 시공되는데 공사기간 동안 통행속도 유지를 위해 한 개 차선만 점유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 인근 이동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17개 계획이 담긴 종합교통대책을 수립해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TF’도 가동 중이다.

교통정체 완화구간 지정과 교차로 신호조정 등을 통해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세종대로 주변도로 개선사업으로 우회경로를 확보하는 계획도 실행 중이다.

교통관리 TF는 교통상황을 분석하고 돌발상황을 모니터해 교통개선 계획을 세워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해결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서울시는 올 3월까지 동측도로 확장공사를 마치고 광장에 매장된 문화재 발굴과 시민의견 수렴을 병행하면서 올 10월까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일제에 의해 철저히 훼손된 역사성을 회복해 명실상부한 국가중심 공간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시민들에겐 공원 같은 휴식공간을, 상인들에겐 유동인구 증가로 상권활성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문명혜 기자 /myong5114@hanmail.net

 

광화문의 시련과 광화문광장

진화하는 ‘대한민국 제1경’

 

고려 말 권문세족 정치의 모순을 타파하려면 왕조를 바꾸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비범한 혁명가 삼봉 정도전이 기획하고 당대의 실력자 이성계가 호응해 문을 연 조선왕조는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단행하는데 1395년 새로운 왕조의 권위를 세우고 국가운영의 본산으로 삼기 위해 법궁인 경복궁을 창건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이자 정문으로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대 1426년 왕립 싱크탱크인 집현전 학사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고, 임금의 덕이 온 세상에 비추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완공된 지 197년째인 1592년 광화문은 가혹한 시련을 겪는다. 대륙정복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야 말았다.

광화문이 복구된 때가 조선조 마지막 임금인 고종 4년 1867년이니까 중건될 때까지 무려 275년간이나 법궁의 부재를 방치한 것이고, 임진왜란이 조선에게 얼마나 막대한 물적 피해를 입혔는지를 가늠케 한다.

광화문은 국권을 뺏은 일제가 1926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경복궁 안에 지으면서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지는 아픔을 겪었고 6ㆍ25 와중에도 깊은 상흔을 입었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은 세종로에 충무공 동상을 세우고 광화문을 복원했지만 콘크리트 골조방식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복원은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세종로가 ‘광화문광장’이라는 대중적인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서울시에 의해서였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시민들을 위한 광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서울시가 움직여 문화군주 세종대왕 동상을 세우고 세종로 중앙부위를 관통하는 1만8840평방미터의 광장을 조성하면서 ‘광화문광장 시대’가 열렸고, 이듬해엔 광화문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작년 11월16일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차도 가운데 갇혀 있는 ‘반쪽 광장’의 멍에를 벗겨내고 진정한 시민 소통의 장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명분이다.

‘촛불’ 이후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 성지가 됐고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 제1경’의 지위를 얻었다.

문을 연 지 11년 만에 광화문광장은 진화와 도약을 약속하며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광장은 현재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공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미도 가미될 것이다.

재구조화 사업 과정 중 가장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아 사업추진은 순항중이며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올 가을에 마무리된다.

기자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주게 될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볼 계획이다. 문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