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에서 치매어르신 돌봄 수칙
가정 내에서 치매어르신 돌봄 수칙
  • 주경복 교수(경복대)
  • 승인 2021.01.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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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복 / 경복대 간호학과 겸임교수
주경복 교수
주경복 교수

[시정일보]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며 치매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치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한 것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치매는 다른 질병과는 달리 치명률은 낮으나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다가오는 가정 파괴범이라 할 수 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자기간호능력의 저하로 치매가 초래하는 사회적 충격이 크고, 가정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가족구성원들에게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겨 돌봄 부담과 과다한 의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여타 질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치매 돌봄이 매우 힘들다 보니 치매간병의 이직률도 높아 1년에 약 10만 명이 직장을 떠나고, 직장과 가정 돌봄을 동시에 병행하며 고통 받는 사람은 240만명이나 된다. 이는 사회가 늙어가며 그에 따른 치매케어문제가 가정마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시 인구구조의 변동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수는 800여만 명, 치매노인은 제주도 인구보다 많은 81만6000명에 달하나 점차적으로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아가면서 치매노인의 수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이며, 급속한 고령화는 치매발병률도 그만큼 높여 치매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만간 집집마다 케어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기능은 뇌에서 이루어진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의 뇌신경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정상적인 노화와는 달리 인지기능의 저하가 뒤따른다. 그리하여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할 방법은 없다.

치매노인이 보이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인지기능장애와 정신행동증상을 들 수 있다. 인지기능장애는 약속이나 물건을 둔 장소를 잃어버리는 기억력 저하, 사람 이름이나 익숙한 물건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언어능력 저하, 시간과 장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남력 저하, 시공간 능력 저하, 실행기능 저하, 집중력 저하, 계산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정신행동증상은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의심 등의 비현실적인 생각, 조절되지 않는 기분의 변화와 감정,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에 대한 환각이나 망상, 배회, 공격성, 초조 등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증상을 가정에서 접한다면 가족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노인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지원방법이므로 숙지해두면 좋을 것이다.

첫째, 환경 바꾸지 않기. 치매노인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돌보는 사람의 환경에 맞추어 치매어르신이 살아왔던 장소를 변경하여 거취를 옮기는 등의 오류를 범한다. 이것은 치매어르신께 혼란과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어르신이 살아왔던 장소 및 물건을 그대로 제공해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개인물건이야말로 노인에게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되기에 어르신의 물건을 함부로 치우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생활습관 바꾸지 않기. 예를 들어, 한평생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방바닥 생활을 해오던 치매어르신에게 돌봄 자의 편의에 의해서 침대로 바꾼다면 치매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시 이부자리로 돌아오게 되면 곧 안정이 되어 치매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좋은 케어란 지금까지 어르신이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 인간관계 바꾸지 않기. 치매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이 바뀌면 인간관계도 바뀌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환경변화는 치매 증상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치매어르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여 그동안 살아왔던 인간관계를 끊지 않고 최대한 교류하게 하는 것이 치매증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넷째, 몸 상태 수시로 살피기. 치매인의 정신행동증상은 몸 상태가 나쁘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에  ① 발열증상,  ② 배변 습관,  ③ 적절한 수분섭취,  ④ 기저질환 관리 등에 대해 세심하게
숙지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하기. 치매인은 당연히 실수를 자주 하게 되는데, 이에 화를 내고 야단을 치거나 주의를 준다거나 웃거나 하면 심하게 상처를 받는다. 치매인은 왜 본인이 야단을 맞는지 이유는 잊어버리지만 그 때 받았던 굴욕감은 남아 있어 돌봄 자에게 공격성을 보일 수 있으므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태도는 절대 삼가야 한다.

여섯째, 납득할 수 있도록 말하기. 예를 들어 치매노인이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때나 계속적으로 밥을 달라고 한다면 “무슨 말씀이세요! 방금 식사하셨잖아요!”라고 사실을 알리는 것은 옳은 대응이 아니다. 시간개념의 상실로 인하여 식사한 것을 잊은 것인데, 치매인의 말을 부정하면 혼란스럽게 된다. 이럴 경우엔 “배고프세요? 지금부터 밥을 지어 드릴게요. 밥이 될 때까지 우리 같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불러요.”라고 말하며 납득시켜야 한다.

어쨌든 위와 같은 수칙만 잘 지켜도 치매증상은 크게 호전될 수 있다. 가정에서 치매어르신을 돌볼 때 몸과 마음이 지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지만, 치매어르신의 이상행동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이 살아나가기 위한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 점을 인식하면서 치매어르신에게는 마음의 케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