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기다린 지방자치법 개정 실현… 주민참여·지방 자치권 확대
32년 기다린 지방자치법 개정 실현… 주민참여·지방 자치권 확대
  • 이승열
  • 승인 2021.01.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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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②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저물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 접어들자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의료체계는 통제불능에 빠져들었다.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은 선방했다. 수년 전에 겪었던 메르스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시스템을 정비해 ‘K-방역’을 만들어냈고,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은 적어도 서방세계에서는 ‘국제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승기를 잡은 듯 보였던 코로나와의 싸움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3차 대유행으로 번진 채로 신축년이 도래했다.

신축년 새해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새해 아침에 본지는 흐트러짐 없이 예년처럼 지방자치의 중요한 이슈를 독자들과 함께 숙고하고자 한다.

올해엔 두 개의 큰 주제를 선택했다. 하나는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새로운 광화문광장’이고 또 하나는 모든 지방정부의 비원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2020년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해로 평가될 만하다. 바로 1월 최초의 <지방일괄이양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12월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것.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김순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자치분권2.0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제도적 기초를 놓았다”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고 지방의회 의정활동이 활성화되며, 지방행정의 효율이 높아지고 국정의 동반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위가 견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은 지방의회 선거가 다시 치러지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본지는 신축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지역의 모습을 바꿔갈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쟁점을 독자와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실현

지난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제출됐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던 것을 일부 수정·보완해 행정안전부가 7월3일 다시 제출한 법안이다. 이번 국회 통과는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된 이래 32년 만에 이뤄낸 성과로,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 △역량강화와 자치권 확대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 △중앙―지방간 협력관계 정립 및 행정 능률성 제고 등 크게 4가지로 짜여졌다.

먼저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 분야에서는, 지방자치법의 목적규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을 신설했다.

또,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둔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해,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의회에 조례안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의 참여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해, 폭넓은 주민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로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금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과 의회가 분리돼 있는 형태(기관분리형)이지만, 앞으로는 주민투표를 거쳐 의회 중심의 통합형 등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별도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역량강화와 자치권 확대’를 위해서는, 중앙부처의 자의적인 사무 배분을 방지하고 지역적인 사무는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했다. 기존 지방자치법에는 국가―지방간 사무배분 원칙과 준수의무 등이 규정돼 있지 않았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국제교류·협력을 추진하고 국제기구 지원, 해외사무소 운영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자치입법권에 대한 보장도 강화됐다.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령의 하위법령에서 위임내용과 범위를 제한하거나 직접 규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법령의 위임 취지에서 벗어나 중앙부처의 하위법령으로 과도하게 지방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항이다. 현행법에는 조례의 제정범위 침해 관련 규정이 없다.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정하는 규정이 마련돼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는다. 또, 행정수요, 균형발전, 지방소멸 위기 등을 고려해 행안부 장관이 시·군·구에 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의장에게 부여하는 ‘인사권 독립’도 처음으로 도입됐다. 또,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운영할 수 있게 돼 지방의회의 전문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의원정수 2분의 1 범위에서 두며, 1년에 4분의 1씩,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지방의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정보공개가 더욱 확대된다. 의회의 의정활동, 집행부의 조직·재무 등 정보공개의 의무·방법 등에 관한 일반규정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향후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더욱 제고하게 된다. 또,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록표결제도 원칙을 도입한다. 현행법에는 지방의회 표결방법 원칙에 대한 근거가 없다.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윤리특별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의원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하는 경우 반드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지방의원이 직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겸직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그 대상을 구체화했다. 또, 겸직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그 겸직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아울러, 시·군·구의 위법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시·도가 조치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직접 시정 또는 이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해, 위법한 행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도·감독 장치를 보완했다.

‘중앙―지방간 협력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지방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한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지방4대협의체의 장이 모여서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체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의 조언·권고·지도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의견제출권이 신설된다. 현행법에는 이 같은 의견제출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달라 주민이 겪는 불편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간 행정구역 경계에 대해 자율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계조정 절차를 신설했다.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교통·환경 등 공동의 문제를 대응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조합이나 행정협의회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구속력과 집행력을 보완한 형태이다. 또, 지방선거 후 지방자치단체장의 직 인수위원회의 운영근거도 마련됐다.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공포 후 1년 후부터 시행된다. 행정안전부는 법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관계법률과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 제·개정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통째로 빠진 주민자치회 규정, 향후 입법으로 보완해야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낡은 지방자치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는 획기적인 성과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모두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우선 당초 정부안에 포함된 ‘주민자치회’ 조항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된 점을 들 수 있다. 행안부는 “기존 제도(주민자치위원회)와의 차별성 등 운영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의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제27조 조항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제29조 제3항에서는 “주민자치회의 설치 시기, 구성, 재정 등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이 특별법은 “행안부 장관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를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 입법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주민자치회는 계속 시범사업으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황명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논산시장)은 “이번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자치회 조항이 통째로 삭제된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향후 주민자치회를 도입할 수 있는 입법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음으로, 자치입법권에 대해서는 그 보장이 강화됐지만 제약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여전히 법령의 위임이 필요한 영역에서 제한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제22조의 단서조항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 이 단서조항은 헌법 117조 제1항(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에서 보장하는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번 개정안에 새롭게 포함된 ‘특례시’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특례를 부여하지 않는 행정적인 명칭일 뿐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른 자치단체의 재원 감소를 유발하는 특례를 둬서는 안 된다”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대의견이 추가됐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원시 등 해당 4개 시가 실질적인 특례를 요구할 전망이어서, 국가 및 경기도·경상남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에 지자체의 자치조직권 확대에 관한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당초 정부안에는 급증하는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도의 부단체장 정수를 자율적으로 1명(500만 이상은 2명) 증원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김수연 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장은 “이는 지방의 자치조직권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각”이라고 비판하며 “향후 지방의 조직권은 전면적으로 지방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에 관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환영의 입장을 보이면서도, 의원정수의 절반 도입에 그친 것과 경과규정을 둔 것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등 지방의회의 의견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보좌인력의 개인비서화 문제는 개인적 일탈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로 상정하고 문제화했다”면서 “이것이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국회의 인식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국회의원은 1명당 9명의 보좌인력을 둘 수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부수법안으로 함께 제출된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이 함께 심의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 근거가 마련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조속히 법안이 심의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와 관련해서도 좀 더 세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연 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장은 “기존 조합과의 차별성,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와 동일하게 볼 것인지 등의 여부에 대해 검토해야 하며, 설치부터 해산까지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규정 체계는 제도의 도입 취지인 자율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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