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세월 주마등 ‘옛 서울 골목의 기록’
30년 세월 주마등 ‘옛 서울 골목의 기록’
  • 이승열
  • 승인 2021.01.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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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기찬 사진작가 작품,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
중림동, 1988년 11월 6일
중림동, 1988년 11월 6일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1960년대부터 30여년에 걸쳐 서울 달동네 골목의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았던 고 김기찬(1938∼2005) 작가의 작품들이 서울역사박물관을 통해 시민에게 소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고 김기찬 사진작가의 유족으로부터 필름 10만여점, 사진, 육필원고, 작가노트 등 유품을 일괄 기증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김기찬 작가는 1968년부터 30여년 간 서울의 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가운데 서울의 달동네에서 시작된 ‘골목 안 풍경’ 사진집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60년대 말 우연히 들어선 중림동 골목에서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꼈고, 골목을 주제로 삼아 도화동, 행촌동, 공덕동 등의 풍경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고도성장 시기 급변하는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후미진 골목으로 시선을 옮긴 작가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필름이 10만 점을 넘겼다. 

송파구 석촌동, 1981년 11월 29일

1990년대 이후 재개발로 달동네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가 사랑했던 골목도 자취를 감추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평생을 매달리겠다고 생각했던 사진 작업은 끝을 맺었고, 작가는 2005년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사진과 필름을 보관해왔던 유족들은 “작가의 사진이 서울의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며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자료에는 그동안 사진집이나 전시회에서 공개됐던 사진들뿐 아니라, 개발 이전의 강남지역, 서울 변두리 지역의 사진 등 미공개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배현숙 관장은 “김기찬 작가의 사진은 옛 서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기록자료로서도 풍부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김기찬 작가의 자료들을 박물관 수장고에 영구 보존할 예정이다. 10만여점에 달하는 필름들은 올해부터 디지털화, 색인 작업을 거쳐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