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雪벤져스’가 나타났다
기자수첩 / ‘雪벤져스’가 나타났다
  • 정수희
  • 승인 2021.01.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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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동대문의 유덕열 구청장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코로나 피해 없으시죠? 저희 동대문에는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걱정입니다. 하여간에 잘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첫 월요일,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한 자치구의 구청장이 안부전화를 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파가 말썽을 부렸다.

보름 가까이 지속된 영하의 날씨 속에 전국이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에 한강도 얼음으로 변하고, 도심의 차들도 평소보다 줄었다.

20년 만에 찾아온 가장 강력한 한파는 폭설도 몰고 왔다. 갑작스런 눈 폭탄에 지난 6일 저녁 퇴근길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빙판길 교통대란은 물론이고, 노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쌓인 눈에 고립돼 있던 차주가 도로 한복판에 버려두고 간 차량을 버스 승객들이 내려 갓길로 밀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 얘기를 전한 선배기자는 7일 새벽 3시30분에 귀가했다.

길에서 예닐곱 시간 동안 발이 묶인 채로 있던 사람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잇달아 현장상황을 제보했다. 제설에 대한 내용이 빗발쳤다.

이튿날 만난 한 공무원은 ‘당연히 해야 할, 돼 있어야 할 제설’이라는 누리꾼들의 반응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날 밤, 이들도 고충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동대문구의 사정만 들여다보자.

구청장은 6일 눈이 내리기 전인 오후 4시 제설대책 1단계 근무를 발령해 사전 준비를 하도록 하고, 이어 저녁 7시20분 2단계 근무를 발령해 곳곳에서 제설이 진행됐다.

더욱이 저녁시간 지역을 살피던 유 구청장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속히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가 간부들과 상황을 점검한 뒤, 밤 9시45분 구청 전 직원에게 제설작업 지원 특별지시를 발령했다. 실제로 자정이 넘은 새벽 1시까지 구청 및 동 주민센터 직원 대다수가 제설에 동원됐는데, 구청장도 함께했다.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주변, 차도 및 육교, 급경사 이면도로, 골목길, 보도구간 등 빠짐없이 치웠다. 하지만 치워도 쌓이고, 얼어버렸다. 직원들은 SNS를 활용, 제설대책 운영방을 통해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공유함으로써 대처해 나갔다.

그리고 12일 오후,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5시께 구청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민원 필수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이번에도 제설작업에 투입됐단다. 유덕열 구청장도 안경에 김 서려가며 구슬땀을 흘렸다.

가뜩이나 일상 업무에 코로나대응 업무까지 가중돼 지칠 대로 지친 공무원들이 사력을 다해 하는 일이, 폄하되거나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겪을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고, 대응하는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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