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시정칼럼/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1.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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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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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제 사람들은 감염병이 일상화되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감염병이 4~5년 주기로 반복해서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정부는 일정한 집합금지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면서 감염병의 일상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고 우리 사회 각 영역 또한 정부 대응 흐름에 맞추어 각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대응 방안은 개인이 생활수칙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손을 잘 씻어야 한다.’라는 수칙은 손을 잘 씻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라는 수칙은 국가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다. 복지영역 대응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수많은 복지 공백을 목격했다.

물론 보건복지부(힘겨울 땐 129)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소득감소, 실직. 휴업. 폐업 등 생계 곤란 가구 ∆빚이나 신용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금융 취약 가구 ∆겨울철 전기, 가스, 연탄 등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구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서 사는 주거 취약 가구 ∆독거 어르신, 장애인, 취약아동 등 돌봄 취약 가구를 어려운 이웃으로 구분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을 해 주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지 부문 대응을 위해서는 개인과 개별 기관 차원의 수준 실천을 넘어 재난 속에서 벌어진 복지 공백의 실상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 또 복지환경실태와 복지정책 및 사회안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에서부터 새로운 방안 도출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논의가 따라야 한다.

어쨌든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탓으로 복지 취약계층을 또 다른 위험 상황에 직면케 했다. 대면 복지서비스 불가로 복지기관, 장애인·노인 돌봄 시설은 폐쇄됐고, 무료 급식과 일자리 사업도 중단됐다. 생활 지원과 돌봄 서비스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복지서비스 대상자를 하루아침에 고립시켰고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특히 일부 취약계층은 원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집단이기도 했다. 거리를 두고 싶어도 둘 수 없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은 어떻게든 나가 폐지를 주워야 했다. 열악한 환경의 노인요양시설, 정신질환자 폐쇄 병동, 중증장애인 생활 시설 입소자들은 ‘코호트 격리’조치로 감염의 두려움을 안고 내내 격리돼 있다.

코로나19는 생존과 감염의 두려움을 번갈아 오가는 이들의 고통을 통해 복지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열악한 사회안전망은 재난 상황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필요했을 사회시스템은 정작 작동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와 소외계층의 삶은 기존 복지체계의 불충성, 불평등성, 불형평성에 기인한다. 코로나19가 가까스로 진정돼 가는 마당에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은 복지 제도의 근원적인 속성에 대한 반추(反芻)이다.

오랜 구조적 불평등, 불형평은 새로운 시대에 자리 잡아야 할 국가 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재난 상황에서 언제나 최악의 피해를 보는 것은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차이가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바이러스도 하지 않는 차별을 멈춰야 한다.

코로나19 안정세 이후 해야 할 첫 번째 사회복지 과제는 사회안전망의 강화이다. 죽지 않을 만큼만 준다는 ‘아마존 복지’가 지속되는 한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기에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공적 부조 체계의 강력한 재구조화를 통해 오랜 구조적 불평등과 불형평을 효과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감염병의 일상화에 대비해야 한다. 시대마다 고민해오던 질문이었지만 뉴노멀 시대에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얻은 답 중 하나는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그간 충분한 복지가 이루어졌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여러 수준과 영역의 단위들이 연대하고 협력해 함께 전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1회성 또는 지속적인 보편적 기본소득 성격의 지원금 지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황마저 "존엄을 부여할 보편적 기본소득을 고려할 적기"라고 천명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기본소득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 수년 전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보장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이런 생각이 소박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이를 실험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극단적인 보수 행정기관들조차 위기 내내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뿌리는 세계 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소득 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이 잦으면 나라가 거덜 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빚더미에 오른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돈부터 뿌리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4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불리한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거용이라는 혹평도 있다. 이건 전혀 아니다.

어쨌든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진단해야 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삶이 지속된다.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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