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is… ‘건축가 출신’ 남다른 안목으로 도시정체성 실현
He is… ‘건축가 출신’ 남다른 안목으로 도시정체성 실현
  • 이승열
  • 승인 2021.01.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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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역사, 현대가 공존하는 ‘종로 가치’ 제고
김영종 종로구청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25일 열린 청진정 준공식에서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25일 열린 청진정 준공식에서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종로구는 6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수도 역할을 해온 역사문화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 측면에서, 문화유산 보존 측면에서, 또 국제적인 관광도시의 측면에서, 그리고 하루 유동인구가 200만명에 달하는 도심이라는 면에서, 다른 기초지방정부와는 결이 다른 행정이 필요한 곳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건축사’ 출신의 3선 구청장이다. 기자는 그의 이러한 배경에서 오는 높은 안목이 종로구를 전통과 역사, 현대가 결합한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최근 종로구청 인근 청진공원에는 멋들어진 한옥 정자 ‘청진정’이 들어섰다. 이 청진정은 한옥자재은행 시스템을 활용해 지은 것인데, 한옥자재은행은 개발 또는 건물 신축으로 불가피하게 철거되는 한옥의 부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전통문화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종로구가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구는 청진정과 같이 한옥자재은행을 활용한 전통정자를 관내 곳곳에 짓고 있다.

건축폐기물을 재활용하면서 공사비를 절감하고 도시미관을 개선하면서 주민에게 휴식공간까지 제공하는 이 같은 행정은 김영종 구청장의 건축사로서의 경험과 안목이 크게 발휘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관내 계단을 만들 때 계단의 높이와 디딤판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수치를 적용한다”라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계단 한 층의 높이는 15cm 정도, 디딤판은 45~50cm가 가장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아이들과 할머니들이 크게 어려움 없이 계단을 오를 수 있고, 혹시 계단에서 넘어지더라도 심하게 아래까지 구르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구청장의 설명이다. 최근 북악산 북측 개방을 위한 공사에서도 김 구청장은 일일이 공사 현장을 확인하면서, 일부 불가한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수치를 적용해 편안한 계단을 만들도록 했다. “혁신은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이뤄진다”는 김 구청장의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전히 일본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저항의 상징 ‘위안부 평화비’(소녀상)도 김영종 구청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현 정의기억연대)는 2011년, 1992년부터 시작된 수요집회 1000회를 앞두고 비석 형태의 기념비 건립을 구상했다. 하지만 김영종 구청장이 소녀의 모습을 한 예술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그 때 제가 ‘기다림’이라는 제목을 줬는데, 나중에 정대협에서 ‘기다림’과 ‘평화비’라는 제목을 놓고 몇 시간 회의를 한 끝에 ‘평화비’로 결정했다고 전해 왔다. 그래서 제가, 저한테 전화 한 번 하시지, 고민할 것도 없이 ‘평화비’로 하고 옆에 괄호 열고 ‘기다림’ 했으면 됐을 텐데, 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 구청장은 “소녀상 주변 보도블록에 ‘전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문구를 넣는 디자인을 완성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 구청장을 보니, 유능한 행정가인 그의 얼굴에 예술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면모가 역사도시 종로의 정체성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