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매사 본성을 잃으면 그 뒤는 결코 가늠할 수 없어
시청앞/ 매사 본성을 잃으면 그 뒤는 결코 가늠할 수 없어
  • 정칠석
  • 승인 2021.0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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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 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촉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 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 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핵심 증거인 이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혀 당초 경찰은 증거가 없어 이 차관을 처벌할 수 없었다는 주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시 해당 영상을 본 경찰관은 운전기사에게 “차가 멈춰 있다. 영상은 못 본 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증거 조작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힘있는 자에게 봐주기식 수사를 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나 나올법한 경찰의 악습이 여전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경찰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심각하게 손상됐다. 약속대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