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에 귀화한 조선족
기고/ 한국에 귀화한 조선족
  • 하주현 시인
  • 승인 2021.01.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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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하주현(시인)
하주현
하주현 시인

[시정일보]  필자는 한국에 귀화한 지 25년이 넘었다.

첫 한국에 왔을 때 국적취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적이 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운 좋게 조선족 출신이어서 또한 사랑을 듬뿍받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조선족에 대해 편견보다는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왜 지금은 조선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더 심해졌을까?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나의 정체성을 알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중국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한국땅을 처음 밟으면서도 낯설지가 않았다.

한국인들과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고 못하는 술까지 마시며 어울리려 했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그들과의 교감이 자연스레 인연이 되고 25년이란 세월에도 흔들림이 없다.

왜 일부 한국사람들은 조선족을 싫어할까?

최근 10년동안 우리 조선족들과 한국에서 많이 부딛치는 일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나처럼 귀화한 분들을 먼저 살펴보자.

필자는 '한국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귀화를 했으니까. 그리고 한국에서 못 다 이룬 꿈들을 위해 배우고 또 배우며 나름 열심히 산다.

하지만 대부분 동포들은 귀화도 했고 열심히도 사는데 머리에는 온통 중국이다. 물론 중국에서 태어나고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의 문화가 뼈속까지 베어있서 우리끼리는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한국인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곱게 보일리가 없다.

거기에 '코리아드림'의 꿈을 안고 한국땅을 밟은 수많은 조선족들. 저마다 문화수준도 제각각인 조선족들이 밀려들어오면서 한국인들이 조선족들과 겪는 사소한 충돌도 그들한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요즘은 온라인이 발달되어 조선족 사건사고가 있다 하면 비난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예민한 상황을 불만이나 맞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차분히 풀어나가야 할지, 지성인들이 앞장서서 대화하고 개선하고 솔선수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포단체가 꽤나 많은 걸로 안다. 하지만 끼리끼리 논다. 나부터도 반성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을 위한' 진정한 동포단체가 되었으면 한다. 중국사람이 아닌, 중국을 위한이 아닌, 대한민국에 귀화한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단체가 되어, 한국인들과 함께 조선족들의 정서를 살펴보고 문화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사고방식을 개선해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중국에서도 대우 못받는 신세, 한국이라는 모국에 와서도 홀대받는 신세. 이런 상황을 불평불만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신세타령의 틀을 깨어버리자.

대한민국은 우리 선조들이 살던 나라이고 누구의 바람이든 아니든 후손들인 우리가 한국에 정착하고 살기로 했으면 선진국의 문명을 빨리 받아들이고 어울려가며 살자.

우리에겐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적응이 빠르고 총명함의 DNA가 있지 않은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듯이 모든 갈등은 우리의 부단한 노력으로 풀도록 하자.

오늘은 한국에 귀화한 조선족들이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글자 적어보았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