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소추,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 등에 국한돼야
법관 탄핵소추,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 등에 국한돼야
  • 시정일보
  • 승인 2021.02.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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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4개 정당 161명 의원의 참여한 가운데 국회에서 발의됐다.

탄핵 대상이 된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 이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이모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미리 판결문을 보고받고 수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유죄 판결, 최강욱 의원 의원직 상실형 등 법원에서 엄정한 판결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추진되고 있어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북송 때 곽무천의 ‘악부시집’ 권32 상화가사 7 평조곡 3에 실린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란 말이 있다.

이는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기 위해 허리를 숙이거나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려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행동은 남들이 볼 때 채소나 열매를 도둑질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쉬우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처음부터 삼가라는 의미이다.

국회에 제출된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므로 이미 발의 의원만으로도 국회 재적 과반인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넘긴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한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렇듯 헌법에 법관의 신분 보장을 하고 있는 것은 법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과 사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듯 사법부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그간 법관 탄핵이 절제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법관도 중대한 잘못을 범하게 되면 탄핵될 수 있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법관의 탄핵소추는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 등에 국한해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