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완전 없어져야
사설/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완전 없어져야
  • 시정일보
  • 승인 2021.02.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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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한 이날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동 혐의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 정부 인사가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첫 환경부 장관 재임시절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의 사표를 종용하는 등 채용과정에 개입, 피해자만 130여명에 이른다고 밝혀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환경부 장관과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합작해 권한을 남용하고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행적으로 제 식구 챙기기를 일삼아 온 낙하산식 코드인사에 대해 법원이 준엄한 철퇴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가 발단이 됐다. 지난 2018년 말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했지만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그 사실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통상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한 체크리스트”라며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유전자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번에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청와대 변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를 대역죄라고 비판한 게 바로 현 정부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1심이긴 하나 전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적폐로 규정했던 현 정부가 적폐청산과 공정성을 목청 돋우어 외치고도 인위적 찍어내기로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며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는 데 대해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물론 선거로 정권을 잡은 정당이 자신들과 동일한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쇄신 인사를 단행할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나 법령이 규정한 임기제 등과 충돌해 매번 잡음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 법원이 판결을 통해 이런 관행(?)에 대해 불법이란 판단을 내린 만큼 더 이상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향후 공공기관 인사의 기준이나 제도 개선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정권이 바뀐다 해도 절차에 따라 능력대로 임용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행정의 질을 높이는 길이란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 국민이 준 권력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공공기관 인사권을 갖는 대통령이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드시 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돼야 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