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와 성숙한 시민의식
주민소환제와 성숙한 시민의식
  • 시정일보
  • 승인 2007.06.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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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희 기획특집 국장

이제 임기가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해직시킬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가 시행됐다. 지금까지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지방정치인도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선거가 적극적으로 지방자치인을 세우는 의식이라면 주민소환은 소극적으로 지방정치인의 지위를 박탈하여 물러나게 하는 의식이다. 주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다는 명목상의 주민주권을 상시적이고 실질적인 주민주권으로 격상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주민소환제도에 대한 관심은 지방자치와 역사를 같이 한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주민소환제도의 도입을 약속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여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발적으로 수용을 결의하고 또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국회의원 소환을 위한 법안도 제안하게 되면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2006년 5월2일 국회를 통화하였다. 결과적으로 지방정치인에 대한 주민소환제로만 도입되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는 미결과제로 남게 되었다.
주민소환투표는 주민투표권을 가진 주민 10~20%가 서명을 하여 청구할 수 있다. 주민소환투표의 실시가 공고되면 소환대상자의 권한은 정지된다. 주민소환은 투표권자 3분의 1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주민소환은 그 사유가 정해져 있지 않다. 주민소환이 확정되면 소환대상자는 그 직을 상실한다.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은 소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여 주민이 직접 지방정치인을 통제하여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1970년에서 1979년 사이에 이미 396건의 주민소환절차가 실시되었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정치인을 실제로 많이 퇴출시키는 실용적인 가치보다는 상징적 효과가 매우 큰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잘못하면 임기전에 주민에 의해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고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방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다 주민들은 부적격 지방정치인에 대해 임기가 다하도록 체념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주민소환제도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일본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에 찬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단체장을 소환한다든지, 미국처럼 무기소지에 대해 반대하거나 동성애 문제에 우호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소환운동을 전개하여 남용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지방정치인은 소신있는 의사결정이나 정책 추진을 하기가 현저히 어렵게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주민소환제를 도입한 것은 대부분의 지방정치인이 무능하고 부패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의 부적격 지방정치인을 주민의 힘으로 퇴출시켜 지방정치를 정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도입한 주민소환제도가 우리의 지방정치를 진일보시키는 제도로 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성숙한 자치의식과 지방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방자치 발전에 큰 견인차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