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무리한 자사고 폐지 정책에 제동 건 법원 판결
사설 / 무리한 자사고 폐지 정책에 제동 건 법원 판결
  • 시정일보
  • 승인 2021.02.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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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최근 배재고와 세화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교육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이 배재·세화고 등 8개 서울 자율형사립고의 운영성과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지정 취소 결정하고 교육부가 승인하면서 제기됐으나 이번에 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간 배재·세화고는 법정에서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 변경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자의적이고 모호해 지정 취소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2019년 평가의 대상 기간은 2015년부터이며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말 갑자기 기준 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이고 감사 등 지적사항에 따른 감점 폭은 3점에서 12점으로 늘리는 등 기준을 대폭 변경했다. 그 결과 이 두 학교 모두 60점을 넘겼는데도 지정이 취소됐다.

법원은 “사후적으로 중대하게 변경된 처분 기준에 따라 소급해 평가를 진행했다”며 “공정한 심사 요청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자사고의 운영성과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5년 전보다 10점 높이고 일부 평가지표를 바꾼 것을 평가 수개월 전에 알려 준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이번에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지난 2019년 자사고 취소 처분을 받은 전국 사립고 10개 중 3개는 1심에서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으며 나머지 7개가 낸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자사고들이 승소함에 따라 향후 다른 자사고들의 소송도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다.

이번 판결 직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판결”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그간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폐지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상급심 재판과 전국 24곳 자사고 등이 일반고 일괄 전환문제가 “교육권과 교육제도 법정주의 위배”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의 결과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의 본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사고 등을 폐지를 할 것이 아니라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자율형사립고는 고교평준화로 인한 획일 교육의 한계를 개선하자고 김대중 정부 시절 6개교를 대상으로 도입, 이명박 정부 시절 40여 개교로 확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