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 방파제’ 북촌의 역사를 기린다
‘민족문화 방파제’ 북촌의 역사를 기린다
  • 이승열
  • 승인 2021.03.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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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북촌 한옥역사관 개관’…북촌 역사와 기농 정세권 선생 재조명
북촌한옥역사관 외관
북촌한옥역사관 외관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서울시가 삼일절을 맞아 역사재생의 일환으로 ‘북촌 한옥역사관’을 개관했다. 

일제강점기 우리 고유의 주거양식을 지켜내 민족 문화의 방파제가 된 북촌과, 근대 도시형 한옥을 보급하고 우리 말·글을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기농 정세권 선생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북촌 한옥역사관(종로구 계동4길 3)은 공공한옥을 리모델링해 도시형 한옥을 경험하면서 북촌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기농(基農) 정세권(鄭世權, 1888~1965) 선생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조선인보다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일본식 집이 늘어가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북촌과 익선동, 왕십리 등지에 ‘조선집’이라 불리는 근대 한옥을 대량 공급한 인물이다. 그 덕분에 북촌한옥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으며, 정세권은 건축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조선물산장려회와 조선어학회를 지원했다. 이처럼 북촌 한옥에는 우리 집과 우리 말·글을 지켜낸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특히, 시는 정세권 선생의 활동이 민족적 관점의 도시재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형 한옥을 나눠 여러 개의 소형 도시형 한옥을 만든 일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시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조선인들이 서울에서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시는 지난 2018년부터 정세권 선생과 북촌한옥마을을 조명하는 기념전시, 토론회 등을 개최해 왔다. 올해는 북촌 한옥역사관 상설전시를 열어 북촌의 역사적 의미를 시민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

북촌한옥역사관 내부

상설전시는 1일부터 ‘북촌, 민족문화의 방파제’라는 제목으로 북촌 한옥역사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북촌, 민족문화의 방파제 △전통한옥과 도시형 한옥 △기농 정세권 등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통치에 맞서 점차 영역을 확장한 조선집과, 이를 통해 형성된 조선인들의 마을이, 우리 고유의 일상생활을 지켜내고 민족문화를 유지·발전시키는 거점이 된 역사를 조명한다.

‘전통한옥과 도시형 한옥’에서는 조선시대 양반집인 전통한옥과 이를 쪼개어 만든 도시형 한옥의 구조와 재료를 비교하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근대 도시형 한옥은 한옥 가운데에 중정(中庭)을 두는 전통 한옥 방식에서 벗어나 한옥 가운데에 건물이 있는 ‘중당식(中堂式) 한옥’이라는 점이 특징이며, 처마에 함석을 사용하는 등 실용성을 더했다. 

‘기농 정세권’에서는 한옥집단지구를 조성하고 독립운동에 기여한 정세권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을 재조명한다. 특히, 조선어사전을 편찬하는 조선어학회에 재정을 지원하며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고초를 겪은 선생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다.

북촌 한옥역사관은 개관 영상과 서해성 서울시 역사재생 총감독의 해설 영상, 지역 주민 인터뷰 영상을 서울시 도시재생실 유튜브에 공개한다. 

북촌 한옥역사관을 총괄 기획한 서해성 총감독은 “북촌 한옥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우리 집과 말·글을 지켜낸 북촌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