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정치인은 현명한 유권자가 만든다
시정칼럼 / 정치인은 현명한 유권자가 만든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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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나무 한 그루는 100만개의 성냥을 만들지만, 100만개의 성냥개비를 태우는 것은 성냥개비 하나다.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란 일본 속담이 있다. 소금이 부족한 상대에게 소금으로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고 당당히 상대 사무라이의 창과 칼과 겨루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대신 상대에게 소금을 뿌린다.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의 적으로 가장 아프게 지적하는 것이 상대방을 철천지원수로 대하는 풍토라고 했다. ‘지저분하게 싸워라.’, ‘무조건 단호해야 한다. 원칙은 없다. 이기면 원칙이고 안되면 그만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요새 국민들은 과거 보릿고개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정치인을 원망하고 불신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민생은 뒤로한 채 여야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싸우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게 한 가지의 공약도 지키지 않는 거짓 대통령이고 거짓 정부라고 비방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특히 4·7 보궐선거를 1개월 앞두고 여야가 서로 비방하고 같은 당끼리도 헐뜯고 비난하는 후보와 유권자가 있으니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너무나도 걱정스럽다.

우리나라는 선거철마다 포퓰리즘 홍수를 막을 둑 하나 없는 나라라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권자는 대부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한다. 대중의 이익추구와 국가 전체의 이익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의 본령은 이때 대중을 설득해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정당은 선거승리를 위해 국가 이익이 아니라 함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 앞날에 지나치게 주름이 질 공약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국가 정당의 기본 양식이다. 설사 그런 공약을 했더라도 집권 후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운영해 온 정치인들이 지켜온 묵계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요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나 ‘재난지원금’ 등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정당간 포퓰리즘을 막던 둑이 무너지고 있다. 큰일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부터 타락한다. 우리가 그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명한 국민만이 포퓰리즘의 폭주를 멈출 수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신종코로나19바이러스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번식과 진화의 기회를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적인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이 역시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자연계에 형평을 이루려는 조물주의 치밀한 설정이라고 이죽거리는 이들도 있을까.

하지만 권력층으로 불리는 인간 바이러스의 탐욕에는 제동장치가 없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마구 창궐한다. 봉사하는 서비스 정신이 아니라 군림과 지배 유전자를 지닌 권력층이 최악과 최선 사이로 시민을 몰아넣는다. 민주주의 정치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정당 변이종까지 가세한다.

이 바이러스는 건강하지 않은 정치의식을 집중 공략한다. 지역감정에 손상된 면역체계, 빈부격차로 허약해진 체력, 색깔 편식이 초래한 영양결핍으로 끈질기게 파고든다. 정치혐오를 조장하며 편가르기로 기생한다.

다행히 예방과 치료백신이 있다. 예방은 코로나 19와 마찬가지로 손 씻기와 거리두기이다. 부패한 손과 악수했던 손을 씻는 것이다. 사탕발림으로 포장한 부패와 적폐는 뒷맛이 매우 쓰다.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따라서 그런 권력층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자신과 가족, 나아가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다.

치료백신은 바로 제대로 된 투표이다. 똑똑한 한 표가 치료제이다. 그럼에도 권력층은 변이를 거듭하며 생존을 모색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해마다 창궐할 것이다. 그래도 깨어있는 시민들이 합심해 손 씻기와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투표 백신을 잘 투여하면 ‘권력층 청정지역’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위대하고 유권자는 현명하다. 과거의 뻔하고 고리타분한 방법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과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래가지 않는다. 훌륭한 정치인은 현명한 유권자가 만든다.

이번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매우 중차대한 선거임을 자각해야 한다. 사리사욕과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현명한 유권자, 올바른 정치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어 보자.

(한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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