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공직자는 청렴을 몸소 생활로 실천해야
시청앞 / 공직자는 청렴을 몸소 생활로 실천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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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燕遊般樂(연유반락) 匪民攸悅(비민유열) 莫如端居而不動也(막여단거이불동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律己六條(율기육조) 飭躬(칙궁)편에 나오는 말로써 ‘주연을 베풀고 노는 것은 백성들이 기뻐하는 바가 아니니 단정하게 처신하고 거동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라는 의미이다.

당나라의 錢徽(전휘)가 江州(강주)의 刺使(자사)가 되었는데 강주에는 우전전이 이백 냥이나 있었다. 우전전은 논밭갈이의 비용인데 관례상 자사가 연회의 비용으로 써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 돈을 전휘에게 연회의 비용으로 바치려 하자 전휘는 “이것은 농사짓는 일에 대비한 돈이거늘 어찌 다른 데 유용하겠는가”하면서 거절하고는 그 돈으로 가난한 농민들의 세금을 대납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 正祖(정조)때의 예조판서 정상순은 평안도감사로 있다가 2년 만에 갈렸으되 대동강가 경치 좋기로 유명한 練光亭(연광정)에 한 번도 올라 가본 적 없이 돌아왔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옛 선인들은 공직자는 단정하게 처신해야 하는 것을 몸소 생활로 실천했다.

작금에 들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LH 땅투기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뜬금없는 특검 공방으로 정쟁화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경찰이 명운을 걸고 나서라고 주문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인력 770명이 투입된 매머드급 특수본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특검은 여야에 의한 법안 발의부터 특검 임명, 수사팀 구성 등 많은 시일이 필요해 그간 증거의 인멸 등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정치권의 특검주장은 즉시 수사를 통한 투기세력의 발본색원이라는 이번 사건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일단 특수본 수사가 시작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수사를 진행해야 하며 그 결과를 지켜본 뒤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특검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귀향해서 기거할 경남 양산 사저 부지를 둘러싼 야당의 문제 제기도 작금의 LH 사태를 정쟁으로 만드는 일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저의 부지를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구입했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작태야말로 작금의 LH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

하지만 사저와 관련 야당의 농지법 위반 지적에 대통령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말씀한 것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일반 국민들이 농지에 주택을 건축하는 일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호 등 특수한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직시하며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항상 몸가짐을 단정하게 처신하고 청렴을 생활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