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욕심보다 최선을
기자수첩 / 욕심보다 최선을
  • 정수희
  • 승인 2021.03.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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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직업적 윤리의식이나 소명의식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우세하는 시대다.

월급 꼬박꼬박 모아봐야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실정이니 투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이런 빤한 말을 곱씹는 기자도 울화통이 터지는 현실이다.

설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자리에서 그러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LH 사태와 더불어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규탄하는 정당 및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잦다. 기자에게 취재요청이 오는 횟수도 적지 않다. 법적 문제는 차치하고,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선출직 위치에 있는 이들에 대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공무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키워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으로 선순환하려는 노력을 한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용산구청 모 계장은 평소 책을 좋아해 자주 읽는데, N잡으로 글 쓰는 일을 해보고도 싶단다. 마침 구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직원들에게 독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단다. 이른바 ‘스마트 아침독서’는, 스마트폰으로 알림톡이 오면 링크된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도서 정보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일반 책 소개보다 알차게 구성돼 훨씬 쏠쏠하게 읽힌다는 것. 바쁜 시간에 20~30분 정도 짬을 내 훑어보다 보면 직접 사서 읽고 싶은 책을 찾게 되기도 한단다. 차곡차곡 쌓인 지식과 지혜는 삶의 지침이 돼 그의 인생관 혹은 직업관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마포구청 새내기 주임은 지난해 임용장과 함께 <목민심서>를 선물 받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서로, 다산은 지방관리들의 폐해를 없애고 지방행정의 쇄신을 위해 옛 지방관리들의 잘못된 사례를 들어 백성들을 다스리는 도리를 설명했다. <목민심서>를 건네받은 주임은 “생각지도 못한 책 선물도 감동이었지만 책 속에 구청장이 직접 친필로 축하 문구를 적어서 줘,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 애사심과 사명감이 함께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바른 행정을 위한 필독서로 꼽히는 이 책을 아로새겨, 민생을 구제하는 목민관의 마음가짐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도덕성과 청렴함을 지속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그야말로 최선(最善)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4년 전 현 정권이 약속하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온 국민이 동학개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