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명칭복원은 민족의 혼과 정체성 살리는 길
삼각산 명칭복원은 민족의 혼과 정체성 살리는 길
  • 시정일보
  • 승인 2007.06.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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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풍 강북구청장

삼각산은 어디 있는 산일까? ‘북한산’이 바로 삼각산이다.
삼각산은 고려시대부터 무려 1000여 년간 사용한 이름인 반면 북한산은 1915년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을 지낸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산의 유적을 조사한 뒤 제출한 보고서의 이름을 ‘고양군 북한산 유적 보고서’라고 부른 후 일반화됐다. 우리 선조가 천년 넘게 써오던 이름을 조선 총독부의 일개 학자의 의견에 따라 바꾼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친절하게도 1983년 북한산국립공원을 지정하며 북한산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했다.
삼각산을 일제가 말살한 이유는 그 중요성과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삼각산 명칭의 하나인 중악(中岳)은 국토 중앙을 대표하는 명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교와 도교의 중심지로, 조선시대엔 국가적인 행사와 왕가의 제사 터로 중요시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삼각산은 우리나라에서 기가 제일 센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재 이준 열사, 손병희 선생, 조병옥 선생 등 총 24기의 순국선열 묘역이 삼각산 자락에 모셔져 있으며, 도선사, 백련사, 화계사 등 유명 사찰이 산재해 있어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
이런 삼각산의 이름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 백운봉에 철심을 박고, 독립군의 근거지라 해 고찰인 도선사를 불태우는 만행까지 저질렀으니 일제의 의도는 누가 봐도 뻔하다. 그런데 몇 몇 사람들은 산 이름 하나 바꾸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 중에서 가장 악랄했고 반발도 심했던 것이 창씨개명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북한산이 맞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몇몇 문헌에서 보이는 북한산이라는 명칭을 그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나오는 북한산은 산 이름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라 서울 지방의 옛 이름인 한산의 북쪽 지역을 가리키거나 북한산성의 약칭으로 쓰이는 것이다.
그동안 강북구에서는 삼각산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지명위원회에 명칭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4월에는 관계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5월부터는 삼각산 명칭복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005년도에는 세계 9개국 12개 도시가 참여한 가운데 삼각산 국제 포럼을 개최, 삼각산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미아6ㆍ7동 주민들이 뜻을 모아 아파트 이름을 자발적으로 ‘풍림아이원’에서 ‘삼각산아이원’으로 바꿔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 결과 2005년 10월에는 산림청에서 북한산을 삼각산으로 백운대를 백운봉으로 변경할 것을 발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2004년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보다 명확한 고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명칭복원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또 삼각산은 서울의 6개구, 경기도 3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다. 각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
어렵다고 길을 가지 않을 수는 없다. 게다가 민족의 정기와 혼이 담긴 삼각산을 되찾는 일이다. 올해부터는 삼각산 명칭을 찾기 위해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모은다면 그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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