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단속, 그리고 ‘선택’과 ‘집중’
담배꽁초 단속, 그리고 ‘선택’과 ‘집중’
  • 시정일보
  • 승인 2007.06.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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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鍾榮 기자 /jykim@sijung.co.kr


매일 수백 명의 공무원이 담배꽁초 무단 투기 현장을 잡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비고 있다. 짧게는 한 두 시간, 길게는 5시간 동안 ‘현장’에서 ‘무단 투기자’를 잡기 위해 외근을 한다. 어떤 자치구는 모든 부서가 단속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부서별로 보통 3-5명이 팀을 이뤄 참여하는데 20개 부서로 계산하면 100명이 단속에 나서게 된다. 25개 자치구가 단속에 나설 경우 2500명이 주요 업무를 하지 못하고 단속에 매달려야 한다. 물론 어떤 자치구는 청소과 등 해당 부서에서만 단속을 한다.
강남구의 경우 단속 실적이 가장 우수하다. 5월 말 현재 무단투기 단속건수는 2만5994건(담배꽁초 2만2714건, 쓰레기 168건, 담배꽁초 차량투기 3112건)에 이른다. 5만원의 과태료 부과해 얻은 금액은 약 1억2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강남구는 5월 1일자로 비전임 계약직 공무원 42명을 채용,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전담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구청의 한 직원은 ‘할 일은 태산인데 담배꽁초 단속 업무를 해야 하니 답답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해야 할 업무는 많은데 담배꽁초 단속 같은 ‘사소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단속도 좋지만 조금 더 ‘크고 값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 속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업무 중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게 많다는 불만도 들어 있다. 작은 일을 추진하기보다 굵직한 일을 추진해야 자치구에서도 의욕을 갖는다는 말이다. 청소하는 날이나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등은 ‘서울특별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할 만큼 가치가 있는 ‘사업’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강남구처럼 별도의 직원을 편성하거나 해당 부서에서 공익요원과 함께 단속하는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매일 100명에 가까운 직원이 단속에 나가면 자칫 업무공백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의 한 직원은 1월부터 4월까지의 단속건수는 약 50건이었지만 단속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5월에는 단속건수가 1000여건에 달했고 6월 6일 현재 단속건수는 1532건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6월로 접어든 후부터는 적발건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착이 될 제도인데 단속 업무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쓰레기 단속 사례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려주는 지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