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서울·부산시장 제대로 뽑자
시정칼럼 / 서울·부산시장 제대로 뽑자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4.01 09:00
  • 댓글 2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간 비방전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쓰레기’ 같은 경멸적 지칭은 물론 ‘중증 치매’ ‘말기 암 환자’ 등 실제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언사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시장이 되려는 심정은 이해하나 그런 비유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이는 막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독설이기 때문이다.

요새 유권자들은 ‘정치판이 개판’이라고 말한다. 개판이란 생각과 의식 및 행동 등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공평하지 못하며 합리적이지 못하여 혼란스러우며 질서 없이 마구 휘둘리는 상태를 속되게 이른 말이다.

그렇다. 이토록 정치판을 개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정치인들의 탓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들의 정치적 수준도 한몫한다.

국민들은 왜 정치인을 불신하고 사리사욕과 돈과 권력과 명예에 눈이 먼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정치는 덕치(德治)의 실패이다. 덕(德)을 베푸는 사람의 주위에는 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고, 눈치 잘 보는 사람 주위에는 눈치 잘 보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교만스러운 사람 주위에는 교만스러운 사람들만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

덕에 반대되는 것들을 교만, 오기, 거짓, 위선, 아부, 포장 등이라 본다면 교만 정치, 오기 정치, 거짓 정치, 위선 정치, 아부 정치, 포장 정치, 포퓰리즘이 덕치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말을 앞세우는 정치도 덕치가 아니다. 덕치는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포함한 기득권 체제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공정성의 회복, 불평등 심화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약자 보호,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촛불 개혁 정신의 실천이다. 민주당은 촛불의 수혜자로서 스스로를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인의 갈등과 분열로 인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은 도탄에 빠져 절망과 분노와 불신의 정치 쇄신을 부르짖고 있다. 유권자들 국민의 여망을 무시한 채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하고 서로 비난하고 비방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시장 선거의 멋진 승복과 아름다운 승리로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서로가 존중하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나눔과 봉사와 감사로 하나 되는 통합과 화합이다.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솔선수범하여 약자와 낮은 자를 위하여 봉사하고 배려하는 모범을 보이고, 이를 존중하고 감사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장 후보자는 개인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시장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와 결과를 바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시장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소신을 품고 경쟁해야 한다.

위대한 한국인은 대의와 공익을 위하여 헌신하는 자랑스러운 후보자를 지지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각 후보 지지자들에게 상대 후보의 단점을 들추고 비방하거나 비난하지 말자고 간곡히 당부한다. 그 죄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나라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격과 품격과 인격만 떨어뜨리고 민심만 돌아선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차별 괴롭히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건강하지 않은 정치의식을 집중 공략한다. 지역감정에 손상된 면역체계, 빈부격차로 허약해진 체력, 색깔 편식이 초래한 영양결핍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정치혐오를 조장하며 편 가르기로 기생한다.

다행히 예방과 치료 백신이 있다. 예방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손 씻기와 거리 두기이다. 부패한 손과 악수했던 손을 씻는 것이다. 사탕발림으로 포장한 부패와 적폐는 뒷맛이 매우 쓰다.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기에 십상이다. 따라서 그런 권력층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자신과 가족, 나아가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다.

어쨌든 부도덕한 시장 후보를 잡는 치료 백신은 바로 제대로 된 투표이다. 똑똑한 한 표가 치료제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합심해 손 씻기와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 투표 백신을 잘 투여하면 자랑스러운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

(한남대 명예교수)